[문경-안동 이야기] 도자기전쟁과 독립운동 (1박2일) 下

임청각은 고택 숙박 체험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임청각은 고택 숙박 체험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안동에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이다.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닌 이상룡 선생부터 그의 아들, 사위, 손자까지 임청각은 제 자리를 지키며 대를 이어 독립운동가를 배출해낸 곳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는 체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집에 깃든 역사를 구태여 묻지 않아도, 임청각은 매력적이다. 1515년에 건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 중 하나로, 목조 건물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용(用)’자가 가로 누운 형태를 띠고 있는데, 남녀와 계층별로 건물의 위치와 높낮이가 뚜렷이 나뉜다고. 집에도 조선시대의 사회 풍속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의 풍파 속에서 목조 건물들은 화염에 휩싸여 희생당하기 십상이거늘, 임청각은 임진왜란을 이겨내고 오롯이 모습을 보전했다. 500년 넘게 제 자리를 지킨 듬직한 모습이 대견하니 흐뭇하다. 


임청각은 무허가 건물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상룡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매한 이후, 고성이씨 문중에서 다시 임청각을 사들였지만 일제의 법제도에 반대하며 호적을 만들지 않았다. 결국 임청각은 기존 등기가 말소돼 무허가 건물로 남고 말았다. 

월영교에서 야경 산책을 하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월영교에서 야경 산책을 하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사랑의 길, 사랑의 맛 


월영교에는 조선시대 한 부부의 애절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병으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엮어 신발로 만들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연서로 감쌌다. 사랑하는 이의 품에 자신의 선물을 쥐어주고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부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신발) 모양으로 놓은 다리가 바로 월영교다. 


기다란 목조다리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한 향긋한 전경을 선사하고, 여름에는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더위를 물리친다. 가을에는 단풍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눈 쌓인 절경을 만날 수 있으니 아름다운 이와 산책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길이 아닌가. 낮의 풍경만 아름다우랴. 월영교는 명실상부 안동의 대표 야경명소로, 밤이면 야경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이 나란히 월영교를 걸으며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 발짝 걷다 또 한 발짝 멈춘다. 월영교에는 멈추는 순간마다 추억이 깃든다. 


안동에 왔으니 대표 먹거리인 간고등어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안동 간고등어는 보부상들이 동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를 내륙지방에 팔기 위해 소금을 한 줌씩 넣어 운반한 데서 유래했다고.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 고등어를 수차례에 걸쳐 깨끗이 씻은 뒤, 두 차례의 염장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이 지나면 살점 하나하나까지 간이 배어든다. 밑반찬과 된장국까지 푸짐하게 나온 고등어구이를 밥 위에 얹어 한 입 가득 넣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맛있는 기억이다. 

 

글·사진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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