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 3개월 취소 업무 중지, GDS도 차단
국적사 취소항공권도 ‘환불은 언제쯤?’
무제한 변경 조건 걸고 취소 막는 항공사

전 세계적으로 항공권 취소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정상적인 환불조차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베트남항공(VN)은 3월12일부터 3개월 동안 환불 접수를 아예 중단했고 지난 19일 홍콩여행업협회는 세계여행업협회연맹(WTAAA)을 통해 홍콩에서도 베트남항공처럼 약 6개 항공사들이 환불 거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각국의 회원사들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환불 처리 속도도 더뎌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지난 12일 국내 여행사들에게 환불 처리 지연에 대해 공지했다. 베트남항공 한국지점이 발송한 공지에는 ‘현재 접수된 환불 신청 건에 대해 적절한 시간 내에 처리가 어려울 수 있으며 그로인해 환불금 지급이 3개월 내로 지연 처리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항공은 3월16일부터 세이버, 아마데우스 등 순차적으로 GDS 시스템마저 이용을 막았다. 이에 따라 사실상 환불 접수 경로가 차단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여행사들은 항공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환불 문의는 빗발치는데 공급자인 항공사 측에서 접수 자체를 막은 상태라 난감해졌다”며 “재정상의 이유라도 항공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환불 접수를 중단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행사들은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통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베트남항공의 환불 접수 중단 건에 대해 항의했지만 IATA 측은 ‘유감스럽게도 항공사의 환불 정책은 각사의 개별적인 정책이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베트남항공의 이 같은 행보에 일부 여행사들은 베트남항공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가 환불 접수를 아예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 세계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이 비슷하게 악화된 상태라 업계는 이번 베트남항공의 행보가 연쇄 환불 중단 조치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베트남항공뿐만 아니라 몇몇 외항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는 우려가 만연한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환불도 지연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3월 둘째 주 대한항공 인천-뉴욕 운항이 중단되면서 항공권을 취소 요청했는데 “대한항공 측에서는 환불까지 약 4주 소요될 예정이라며 혹시 4주가 지나도 환불 처리가 되지 않으면 다시 고객센터로 연락 달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여행사들은 “고객센터에도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신용카드 환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신용카드 환불 처리가 완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환불 업무 폭증에 따른 업무 지연 이외에도 항공사에 따라서는 자금난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각국 항공사들은 취소를 최대한 막기 위해 이제껏 보지 못했던 항공권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루프트한자그룹은 새로운 여행 일자를 즉시 정하지 않아도 항공권을 그대로 유지해주는가 하면 카타르항공은 일정 변경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주기로 했다. 변경을 권유하면서 취소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케세이퍼시픽항공도 수수료 없이 무제한 변경 가능한 항공권으로 신규 예약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위기의 기로에 놓이면서 여행시장 전체가 점점 더 대혼란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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