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제로 마케팅 봇물
무제한 변경 항공권까지
소비자 안전책은 미흡해

항공권 변경수수료 면제 등을 내건 항공사들의 ‘안심구매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 걱정 없이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어 획기적이지만 소비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안심하고 구매하라’는 문구를 필두로 변경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항공권을 선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예 출발일 제한을 없애고 환불 위약금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안심보장 캠페인’의 일환으로 항공권 변경 및 환불 수수료를 1회 무료로 보장한다. 외항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카타르항공은 ‘걱정 없이 여행하세요(TRAVEL WITH CONFIDENCE)’ 캠페인을 통해 무료 변경이 가능한 항공권을 판매하며, 루프트한자그룹은 여행 일자를 정하지 않아도 항공권을 유지해준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4월20일 안에 신규발권된 항공권에 무제한 변경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전례 없는 매력적인 조건에 소비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욕구가 최고치에 달했을뿐더러 수수료 걱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변경·취소할 수 있는 점이 어필된 결과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사들이 마케팅을 시작한 뒤로 8월 이후 출발 항공권 예약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무료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해서인지 소비자들이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부담을 과도하게 떠안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항공사의 환불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출발일 직전에 운항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사 파산 등 예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도 문제다. 만약 항공사가 도산하면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결국 소비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 아닌 도박을 해야 하는 셈이다. 


4월 여행을 취소했다는 한 소비자는 “항공권을 구입해둔다고 해도 행여 항공사가 그전에 문 닫게 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항공권 구입을 망설였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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