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 민법 개정안, 누굴 위한 법인가?
[취재 후] 민법 개정안, 누굴 위한 법인가?
  • 김기남 기자
  • 승인 2020.04.13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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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개정안, 누굴 위한 법인가?


곽-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불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권리가 재조명됐다. 지난 2월에는 소비자가 감염병 등의 위난상황을 사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위약금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김- 문관부는 현행 민법상 단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OTA가 민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형평성도 어긋날뿐더러 글로벌 OTA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업계를 대변해 목소리를 냈다고는 하지만, 사실 국내 토종 OTA도 있으니 완벽한 방어논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민법부터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의 법이 현실을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법을 제·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의 여행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결과로 보인다. 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여행상품의 판매 방식이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에는 단품을 따로 판매하지도 않았다. 
김-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법안이어야겠다. 개정안에는 ‘위난상황’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법안이 의결돼도 여행사와 소비자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법이니 상세한 부분까지 규정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하위법령 정비 등의 체계는 잡혀야한다. 얼렁뚱땅 위약금 면제 사항을 넣어버리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 위난상황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니 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외에는 테러 등이 일어났을 때 여행을 취소하면 취소수수료를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도 있다. 
김 보험사에서도 상품 가치가 있어야 출시를 할 텐데, 해외에서 실제로 많이들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효과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존 법률제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이번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여행사들은 상품을 2개 이상 묶어서 판매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마치 DIY 상품처럼 단품을 하나씩 개별적으로 판매하지만, 개별 상품들을 결합하면 결국 하나의 패키지가 만들어지는 형식이 되겠다. 고객들이 단품들을 세트로 묶을 수 있도록 조언만 하면 된다.
곽-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 양쪽 모두 힘들었던 제도적 부분들은 재정비됐으면 한다. 그래도 그동안 업계 내에서 문관부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업계의 편에 서서 이전과 다른 모션을 취해줬다. 이런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얼리버드 마케팅, 소비자 보호는 ?


김- 2월 내국인 출국자 수가 60% 감소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하락폭이 크지 않은 느낌이다. 
이- 2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유럽·미주 등 장거리 지역까지 미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김- 생각보다 감소폭이 작다고 해도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때의 2배면 엄청난 타격이다. 문제는 이게 바닥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본격화되면서 인바운드도 43% 감소했으니, 인·아웃바운드 수치 모두 당분간 긴 엘(L)자 그래프를 그릴 것 같다. 
이- 항공편이 줄줄이 운항 중단됐으니 3월부터는 사실상 통계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3월부터는 여행 수요뿐만 아니라 상용 수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거다. 4월인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함이 없다. 
곽-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는 식의 여행 마케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 시국에서는 여행을 부추기면 오히려 반감만 생길 테니 얼리버드 투자를 독려하는 수밖엔 별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김- 특가 항공권이나 무제한 변경 항공권 등 항공사에서 내놓고 있는 마케팅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항공권 가격을 날리는 셈이니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상당하다.  
이- 일례로 플라이강원은 10여개 전 노선 무제한 탑승이 가능한 ‘인피니티 티켓’을 출시했다. 그런데 플라이강원이 급작스레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게 될 경우 소비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다. 항공사가 파산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진정한 마케팅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 무작정 전액을 납부하는 방식보다는 소액의 보증금을 걸고 좌석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건 어떨까. 가격은 결제 시점에서의 금액을 반영하고, 후에 항공편이 운항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보증금만 날릴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곽- 출발 전 일정 시점마다 분할결제를 하는 방식도 괜찮겠다. 그렇게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덜할 테고, 현금력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후는 한 주간의 취재 뒷얘기를 담는 자리입니다.  
참가자 김기남, 김선주, 천소현, 손고은, 김예지, 이성균, 강화송, 이은지, 곽서희  기자 
*기자 이름 성으로 표기 (편=김기남 편집국장, 지=이은지 기자, 예=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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