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모두 예쁜 여수라지만 이곳의 절정은 봄이다. 꽃이 빚어낸 화사함, 갯장어와 새조개 등 맛의 향연, 그리고 살랑살랑 바람 부는 밤바다에서의 시간까지. 이 찬란함을 맞이할 순간이 한 달이나 남은 건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수의 편지일지도 모른다.

오동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지산공원의 일출정
오동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지산공원의 일출정

●흩날리는 꽃잎 속을 거닐며


여수의 봄은 화사하다. 4월 초까지 남아있는 동백꽃과 벚꽃, 5월의 아카시아꽃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 때문이다. 이런 봄의 향연을 느끼기 좋은 오동도가 여수 여행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향일암을 제외하고는 관광지마다 이동 거리가 짧아 하루 만에 알찬 여행이 가능한데, 오동도 또한 중심가에서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오동도에서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남해 바다가 보이는 방파제 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곳이다.


본격적인 오동도 여행을 시작하면 도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님에도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초록 나무 숲과 파란색 바다, 붉은 동백꽃, 하얀 벚꽃 등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오랜 세월이 각인된 기암괴석이 웅장함으로 여행자를 압도한다. 바람골, 동백군락지, 등대전망대, 해돋이 전망대, 갯바위 등 곳곳에 숨은 볼거리도 마주한다. 그중에서도 중간지점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용굴이 발길을 잡는다. 그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 도로 여행 땐 측면에서만 볼 수 있지만 유람선을 활용하면 정면에서 그 기묘함을 느낄 수 있다. 오동도의 환상은 잔디광장에서 마무리된다. 매시간 흥겨운  노래와 함께 물이 춤추는 음악분수대를 구경하고, 동백열차를 끝으로 오동도에 안녕을 고하면 된다. 오동도의 자잘한 예쁨까지 다 눈에 담으려면 1~2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니 편한 신발은 필수다. 


여수 여행의 시작점을 마음껏 누빈 다음에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오가는 케이블카로 바다 위에서 여수의 중심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등 여수의 전경을 한방에 담을 수 있으니 사진도 빠트리지 말자. 

바다 위에서 여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바다 위에서 여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

●젓가락이 바쁜 시간이어라


오동도와 케이블카를 즐겼다면 얼추 점심시간이 된다. 이것도 저것도 먹고 싶은 여행자에겐 꽤나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여수의 다채로운 맛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하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게장백반, 서대회, 한정식, 갯장어회, 장어탕, 새조개 샤부샤부 등이 우선순위다. 케이블카 돌산 탑승장에서 오전 일정을 마쳤다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봉산게장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청정게장촌 등 유명 게장 식당들이 다수 몰려 있다. 여수 게장백반은 돌게로 만드는데 많은 식당들이 간장과 양념 두 가지 맛을 선보여 고민을 줄여준다. 정성스레 끓여 깊은 맛이 나는 간장 게장과 매콤 달콤한 양념 게장은 쌀밥과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 숟가락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중독적이라 밥이 남아나질 않는다. 게장을 좀 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꼭 비닐장갑을 요청해 손을 적극 이용하자. 전라남도인 만큼 게장을 받쳐주는 밑반찬도 놓칠 수 없다.

특히 여수 밥상에 항상 등장하는 돌산갓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다. 톡 쏘는 강렬한 맛은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포장 주문까지 하게 만든다. 마지막 팁은 게장 거리에 올 때는 꼭 편한 바지가 필요하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더라도 이 날만큼은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싶어지니까. 


식사를 마쳤다면 달콤한 디저트와 시원한 커피로 입을 달래줘야 한다. 이순신광장을 지나면 각양각색의 인테리어를 뽐내는 카페들이 즐비한 고소동이 여행자를 반긴다. 와이드 커피 스탠드도 핫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너티와이드에 버터 컵케이크를 곁들이면 봄날의 나른한 오후를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아름여행사 [담양·여수 별미한상과 해상케이블카 & 야경 크루즈]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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