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여름이다. 해가 길어진 만큼 시원하고 예쁜 쉬폰 원피스가 간절해졌다. 핸드폰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나와 비슷한 체형의 판매자가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들고 설명을 시작한다. 친근한 말투와 편안한 분위기. 통신상의 문제로 가끔 발생하는 방송사고도, 그에 대한 대처도 너무나 날 것(生)이라 흥미진진하다. 스몰 사이즈 있나요. 베이지 색상도 입어봐주세요. 연달아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댓글에 판매자는 성심껏 화답한다. 세일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극히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의 등장이 심상치 않다. 국내 3사 백화점들은 물론 편의점 및 화장품 업계도 너도나도 생중계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했고, 모바일 쇼핑이 익숙한 젊은 세대를 주 타깃층으로 설정했다는 점 등이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채널답게 ‘생생함’이 독보적이다. 얼마나 생생하냐면, 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울릉도산 생물 오징어 판매자가 실제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배 현장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상품의 종류에도 제한이 없다. 냉장 와규 소갈비살부터 아동 의류, 반려동물용 유산균까지 무척 다양하다. 


여행업계에서도 라이브 커머스는 차세대 판매 채널로 조금씩 자리매김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는 최근 여수 호텔이 판매됐고, 지난 1일 한국관광공사도 트립닷컴과 방한상품 판촉을 위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의 실시간 누적 시청자는 약 229만명으로 추정됐다.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에 비해, 정해진 시간에 짜여진 틀에 맞춰져있는 홈쇼핑은 이제 비교적 무겁게 느껴진다. 


방송비 부담이 없다는 점도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홈쇼핑 비용을 아껴서 상품 개발에 투자하거나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궁리해볼 수도 있다. 호텔 숙박권을 판매할 경우 실시간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호텔에 직접 투숙하는 걸 생생히 방송해봐도 좋겠다. 액티비티 등 단품 판매 시에는 판매자가 여과 없이 몸소 액티비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정갈하게 꾸며진 모습보단, 다소 날 것이지만 유쾌하고 진솔한 콘텐츠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지도 모른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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