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스팟! 동해바다 1박2일] 上

쨍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양양으로 떠났다. 

양양에는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죽도해변을 찾았다
양양에는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죽도해변을 찾았다

 

서핑에 대한 오해 셋 


요즘의 나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위스키를 공부하고 주식과 관련된 책도 읽는 중이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어려운 일주일 금주도 성공했다. 이른 봄에는 집 앞에 방치된 노지를 다독여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추며 딸기, 감자 등을 심었는데 첫 농사치고는 수확이 좋다. 가끔 쉬는 날에는 큰맘 먹고 산 정상에도 오른다. ‘고작?’ 일지도 모르는 소소한 성공이지만 성취감은 생각보다 크다. 실패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에 도전했더니 어느새 성공에 익숙해진 것만 같다. 


덕분에 자신감이 커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핑이다. 그동안 서핑에 대해 벽을 세운 이유는 이렇다. 하나. 서핑은 10~20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나이는 밝히지 않겠으나 20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서핑과 관련된 사진 속에는 죄다 젊은이들뿐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칠 위험이 높은 레포츠일 것만 같았다. 20m 키의 파도를 타는 서퍼 영상을 봐서 그랬다. 셋. 혼자가 어색했다.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시고, 영화도 혼자 잘만 보면서 서핑 앞에서는 괜한 쑥스러움을 끄집어낸 거다. 서핑 천국 발리에 가서도 신나게 보드를 타는 서퍼들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왔던 나다. 

그러나 성공의 연속에 핑계를 거두는 일에도 익숙해진 나는 여름을 길목에 두고 양양으로 향했다. 서핑과의 오해도 풀고 싶었다. 양양은 제주도와 부산에 이어 동해안을 대표하는 서핑 스폿으로 알려졌다. 서퍼들은 파도를 따라 다닌다고 했다. 언제, 어디든 파도가 좋은 곳에는 서퍼들이 모인다. 사실 양양에서 서핑을 하기에 좋은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이다. 여름에는 파도가 없고 잔잔하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동해바다의 거친 파도는 가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초보 서퍼 딱지를 떼기에는 이보다 더 안전하고 적당한 곳이 없다. 수심도 얕은 편이라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에 좋고 수영을 잘 못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거리로 부담도 적다. 


양양에는 죽도해변을 비롯해 서피비치, 설악해수욕장, 하조대해수욕장 등 서핑 스폿이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주저 없이 죽도해변을 택했다. 소박한 매력이 돋보인다는 지인의 추천을 믿었던 거다. 아담한 만이 형성돼 있는 해변 앞으로 그 흔한 횟집이나 조개구이 가게는 찾아보기 어렵고 서핑 숍과 게스트하우스, 카페, 맥줏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형성한 동네답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 온 사람들의 얼굴은 언제나 밝다. 그 안에서 내 도전은 꽤나 거창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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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있는 여행[서핑 스팟! 동해바다 1박2일]

글·사진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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