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부터 각 대학이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감에 따라 본격적인 배낭여행 시즌에 돌
입했다. IMF로 인해 주춤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몰리기 시작한 배낭수요가 올해까지 이어
져 일단 장세는 ‘활황'에 가깝다. 그러나 올해부터 패키지 여행사들이 배낭시장에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으며, 항공 좌석난은 더욱 심화되는 등 앞으로의
기상도는 ‘흐리고 가끔 비'다. 올 배낭시장을 중간점검해 봤다.
▲여전한 좌석난 = 늘 성수기만 되면 답습되는 것이 바로 항공좌석의 절대 부족. 여름 한철
에 집중되는 휴가문화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최근의 좌석난은 매우 심각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지난해보다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각 항공사마다 요금이 저렴한 배낭쪽에 좌
석을 풀기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개별여행객들을 중시하고 있어 배낭상품 판매에 장애가 되
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개별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는데 굳이 좌석을 싸게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JAL일본항공이 유럽요금을 14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바람에 도쿄를 경유, 유럽
으로 가는 항공좌석이 그나마 더 줄어들게 됐다. 게다가 예년처럼 한-일 구간 전세기 투입
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만성적인 한-일 좌석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C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얼마만큼의 항공좌석을 어떤 요금으로 받느냐에 따라 한해 배낭
장사가 좌우되는데 올해는 워낙 좌석상황이 안 좋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크다""며 “패키
지 여행사들끼리도 서로 자리가 어려워 티켓판매만 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
로했다.
돌아가는 항공편 가운데 대안으로 부각됐던 것이 러시아 아에로플로트항공. 그러나 최근 수
요가 몰리자 아에로플로트측도 클래스 구분을 없애는 등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어, 여행
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패키지 여행사 가세 = 올해 배낭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패키지 여행사가 전격적으
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이센스, 가야, 참좋은여행 등 웬만한 패키지 업체들이 가세,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들 업체들은 기존 상품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틀린 배낭상
품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지는 않지만 기존 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여행나라의 남상희 과장은 “예년 이맘때쯤이면 밀려드는 수요에 눈코뜰 새 없이 바빴지만
올해는 이른 바 대박이 터지고 있지 않다""며 “아무래도 패키지 여행사에서 일정 부분 수요
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낭여행 르몽드의 최병선 부장도 “많은 수의 패키지 업체와 사이버 여행사들이 가세, 수
요가 한 곳으로 몰리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있는 게 올해 배낭시장의 특징""이라며
“따라서 실수요 집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목적지 및 상품별 특징 = 목적지로는 여전히 유럽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
나 조금씩 다른 지역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는데, 에어텔 형식의 일본 배낭상품과 동남
아 및 호주지역으로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상품별로는 대학생을 위시한 젊은층 위주의 개별자유배낭이 강세를 띠는 가운데, 호텔팩 수
요가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반영한 차별화된 일정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GTA의 김미정 차장은 “지난해에 비해 재방문자가 늘면서 기존 일정과
는 틀린 여정을 짜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스위스의 경우 최근 취리히
보다는 인터라켄과 루쩨른을, 독일의 경우 뮌헨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팩의 강세로 기차단체배낭상품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드며, 코치투어는 아직 시행하
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홍보가 잘 안돼 크게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틈새시장을 노린 상품들도 나와 있다. 호텔팩이나 단체배낭의 경우, 중·고등학생들도 충분
히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중·고교생 유럽 배우기' 등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부모들
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및 향후 전망 = 업계 전문가들은 올 여름 배낭시장을 놓고 볼 때 현재 80% 정도
예약이 끝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제 팀을 띄우는 일이 남았다. 따라서
항공좌석 확보가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좌석을 확
보하지 못해 팀이 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르몽드의 최병선 부장은 “기존에 항공 블록
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모객만 해놓은 여행사의 경우, 향후 실제 팀을 보낼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 여행사 가운데 일부 업체는 마진을 제로로 잡고 상식 이
하의 가격을 내놓는 등 시장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업계 전
문가들은 “이런 업체들은 실제 상품 개발 및 판매보다 회원수 확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며 “성수기를 대비, 충실히 준비를 해온 많은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
적했다. 소비자들도 무턱대고 싼 상품만을 고를 것이 아니라 상품의 내용과 행사의 질, 좌석
확보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진 후에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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