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이상하리만치 한적했다. 토요일 오후 3시.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슬슬 관광지를 둘러보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제주도 용두암이 이렇게나 고요하다니. 한때 관광버스가 수없이 드나들던 주차장엔 빈 깡통들만 요란하게 굴러다녔다.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렸던 기념품 가게는 문을 닫았다. 나만 빼고 모두가 작당모의라도 한 건가. 어딘가 뒤쳐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7월 제주공항은 활황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에어포탈에 따르면 7월1일부터 21일까지 제주공항 국내선 출도착 여객수는 136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4월1일부터 21일까지 약 62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인기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들은 9월까지 풀부킹이었고, 서귀포시의 한 호텔은 1박에 7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대로라면 7말8초 제주도 관광객 유치 성적표는 A+일 것이다. 그런데 용두암은 조용했다. 조용하다 못해 쓸쓸했고, 그 쓸쓸함에 좀 슬퍼지기까지 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답은 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나타났다. 유명 관광지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었다. ‘전통적인 관광지=핫한 관광지’ 공식은 한참 전에 깨졌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와 같은 대표적인 명소에는 4060세대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이은 반면, SNS에서 인생샷 장소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는 도두봉, 안돌오름 비밀의 숲, 깊이 숨겨진 테마카페들에는 젊은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오름의 경우 아직 포장도로도 채 깔려있지 않을 만큼 가는 길이 궂었음에도 ‘하’, ‘허’, ‘호’ 번호판을 단 렌터카들이 끝을 모르고 줄줄이 이어졌다. 기존의 관광명소는 철 지난 ‘라떼’(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표현) 여행지가 됐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SNS에 제주도 여행을 검색했다. 모두가 다 같이 단체여행이라도 한 건가 싶을 만큼 비슷비슷한 사진들이 수천 장씩 뜬다. 개성 있는 여행을 외치는 시대건만, 역설적으로 개성이 사라진 셈이다. 여행사들의 소명이란 이런 곳에 있을지 모른다. 발굴의 손길을 기다리는 예비 명소들을 부지런히 찾아내고 안내하는 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흐름을 분주하게 읽어내는 일. 발맞춰 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외로워질지 모른다. 처량하게만 느껴졌던 용머리 모양의 바위가 눈에 아른거린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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