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라 여행] 강원일주 3일 上

그러고 보니 나무가 많다. 그래서 종이로 유명한가 보다. 나무 그늘 아래 여름날 원주를 여행했다.

구룡 계곡
구룡 계곡

천년고찰로 가는 금강송길
구룡사


해발 1,288m의 명산 치악산에 안긴 천년고찰 구룡사, 사찰까지 차로 손쉽게 닿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구룡사까지 1km 정도인 산중 산책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구룡테마 탐방길이다. 느릿느릿 걸어도 30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굳이 속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 길은 하늘로 쭉쭉 치솟은 금강송의 호위를 받을 수 있는 길 아니던가! 붉고 굵은 줄기가 하늘로 곧게 자라고 목질도 단단해 예부터 목재 중 으뜸으로 쳤던 소나무다. 기대했던 것보다 금강소나무가 빼곡하지는 않았지만, 거침없이 푸른 기운을 부풀려가는 초여름 산속에서 올곧게 뻗은 금강송의 자태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후련하고 상쾌했다. 마침 엊그제 내린 비로 계곡 물소리도 경쾌했던 터라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산책로가 조금 가팔라지기 시작할 때쯤, 저 앞에 구룡사가 다소곳한 자태로 앉아 있었다. 사천왕문을 지나기 전 안내문을 보니, 구룡사는 1,300년 전쯤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 자리에 스님이 용을 쫓아내고 세웠다. 스님과의 대결에서 진 아홉 마리 용 중 여덟 마리는 동해로 달아났고 한 마리는 근처 계곡 용소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살다가 하늘로 도망갔다고 한다. 용 여덟 마리가 급히 도망가다가 구룡사 앞 치악산 자락에 여덟 개의 골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가 어딘지 정확히 세어보지는 못했다. 구룡사는 조선시대 때 기운이 쇠락했는데, 한 스님이 절을 지켜주던 거북이를 되살려야 된다고 조언해 그때부터 절 이름에 아홉 구가 아닌 거북이 구를 쓰게 됐다고 한다.

치악산 기슭의 천년고찰 구룡사
치악산 기슭의 천년고찰 구룡사

사천왕문을 지나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보광루와 대웅전 등 경내 풍경이 차례로 반겼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구룡사는 호젓하고 운치가 깊었다. 이층누각 보광루는 천년고찰의 깊은 기운을 발산했다. 산사 풍경소리는 청량했으며, 미륵불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첩첩 겹을 이루며 저 멀리 나가는 치악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용들이 도망치다 만들어 낸 골짜기들일까…. 산이 절을 품은 게 아니라 구룡사가 치악산을 품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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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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