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만 유지하고 영업 못해 ‘끙끙’ …비자문제로 귀국한 가이드 일용직에 발길

해외 각지에서 활동하던 한인 여행사들이 코로나19로 갈 길을 잃은 채 표류 중이다. 한국 소재의 여행사들은 고용유지지원제도나 실업급여 등의 안전장치로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사업을 아예 접거나 배달이나 서비스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 등의 문제로 한국으로 복귀한 가이드들도 상당하다. 


미국 LA 소재의 한 한인 여행사는 올해 대폭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약 40년 동안 한국 대형 여행사들과 거래해온 잔뼈 굵은 여행사지만 9월 기준 최소 인원 서너 명만 남기고 30명 이상의 직원들을 정리한 상태다. 미국 내에서 현지 교민들의 단체여행 수요도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매출은 없는데 인건비나 대형 버스 리스 비용 등의 부담이 커 부득이하게 직원 대부분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다른 현지 여행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부분 사업자 등록은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캐나다 소재의 한 여행사는 영업은 당분간 포기하고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영상 촬영을 다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프라이빗 호텔과 명소 등을 탐방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9월 말 비자 연장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서 한인 가이드들이 다수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는 4월 이후부터 외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혜택을 연장해왔지만 지난 9월26일까지만 자동 연장하는 것으로 최종 선을 그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자 문제로 9월 귀국한 가이드들이 여럿이다”라며 “일찌감치 귀국한 가이드들은 대부분 배달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태국에서 오랫동안 골프 전문 여행사를 운영해왔지만 3개월 전 현지 집과 회사, 직원 등을 모두 정리하고 귀국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태국에서는 최근 한국인 유튜버가 개인방송을 통해 태국 여성과 관련된 자극적인 성인 영상을 업로드하고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분을 샀다. 한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복귀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가이드들도 많은데 코로나19 이후 이런식의 개인방송을 통해 불법 이익을 챙기는 일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일부 극단적인 소수의 행동이 전체 동남아 여행에 대한 이미지를 망칠까 당장의 생계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현지 여행사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해왔다. 지금 당장 개인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현지 여행사들의 사정은 향후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갈피를 잃은 현지 여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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