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샤프 창립… 노스웨스트항공 총판 사업이 ‘결정적’
항공산업 발전 및 고용창출 기여… 은탑산업훈장의 영예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종근 회장이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해외 교류를 확대한 공로로 10월30일 열린 ‘제40회 항공의 날’ 기념식에서 은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백종근 회장은 1956년 당시 불모지였던 항공산업에 발을 들인 이후 60년 이상 외길을 걷고 있다. 노스웨스트항공사 한국 총판대리점 운영을 기점으로 한-미 간 항공 노선 확대, 지상조업, 항공운송 서비스업, 항공정비업(MRO) 등 여러 사업을 확장하며 항공산업 발전에 그가 흘린 구슬땀은 가늠하기 어렵다. 항공·관광산업과 일평생 동고동락한 산 증인, 백종근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종근 회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시기지만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종근 회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시기지만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항공산업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영문과를 졸업해 1956년 CAT 항공사 한국지사 영업부에 입사하면서 항공산업에 발을 들였다. CAT 항공사는 홍콩-타이완-오키나와-한국(당시 여의도 공항) 노선을 운영했다. 40~50석 규모의 프로펠러 기종의 비행기가 오가던 시절이었다. CAT 항공사에서 몇 년 간의 경험을 쌓고 나와 1964년 현재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이하 샤프)의 모태인 (주)샤프를 창업했다. 초기 샤프는 무역 회사의 형태로 여러 가지 사업을 했는데 회사가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들과 관련된 소식을 접하고 대리점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미군과 대리점 사업은 무슨 연관이 있나.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제대를 하게 되면 민간인 신분이 된다. 한국에 올 땐 군용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제대 후에는 민간 항공기를 타고 귀국해야 했다. 1950~60년대 당시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유일한 항공사는 노스웨스트항공으로 샌프란시스코-서울 노선을 주3회 운항했다. 그런데 미군 사이에서는 제대 후 미국에 도착해 각자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표와 기차표를 구하려면 몇 시간동안 긴 줄을 서야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국 버스회사를 찾아 미국 내 버스 티켓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권한에 대해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내 부대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하면 귀국 항공기에서 내려 바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장점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게 또 소문이 나면서 미국 내 여러 버스회사들과 국내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들로부터 대리점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결국 대리점 사업 모델의 시초가 버스 티켓이었던 셈이다. 항공사 총판대리점으로는 어떻게 확장할 수 있었나. 


항공사 근무 경험도 있고, 미군들을 대상으로 버스 티켓을 판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항공 사업에 관심이 갔다. 당시 미군들은 6개월 근무시 1개월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공권 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군인들은 고향에 다녀오지 못하고 이태원 등 주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못 가는 수요가 상당했던 거다. 그렇다면 항공사는 어땠을까? 비행기를 타는 사람은 선교사 등 종교인과 정부 관계자, 일부 언론인, 한국에서 제대한 미군인 정도였다. 유학생은 연간 250여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비행기는 대체로 텅텅 빈 채로 다녔다. 


노스웨스트항공과 미8군사령부를 찾아가 협상을 시도했다. 항공권 가격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통제를 받아 항공사 마음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자국 군인을 대상으로는 할인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50% 할인 협상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군인 특별 요금이 탄생한 것이다. 미8군사령부에는 노스웨스트항공의 요금 혜택을 어필했고, 미군부대 내에 대리점을 열어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게 됐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였겠다. 결과는 어땠나. 


결과적으로 5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에 제대하는 군인은 물론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군인들이 앞 다퉈 항공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월급을 받으면 휴가를 위해 매월 조금씩 미리 돈을 내는 군인들도 있었다. 당시 항공권은 ‘Fly now, Pay later’ 형태로 판매됐는데, ‘Pay now, Fly later’로 바뀔 정도였다. 텅 빈 비행기는 만석이 됐고, 노스웨스트항공은 주3회 운항에서 점차 주7회로 증편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노스웨스트항공의 한국 총판대리점도 맡게 되면서 국내 약 20여개의 모든 미군부대 내에 대리점을 개설해 더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대리점 운영에 대한 지출 부담이 컸지만 항공사가 항공권 할인을 부담했으니 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서로 윈윈하고 싶었다. 이를 계기로 이후 샤프는 한국 노선을 운항하는 수많은 외국 항공사들의 대리점을 유치하게 됐으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군인 특별 요금이 출시된 이후 달라진 것은 또 있다. 이태원, 동두천, 오산, 평택 등 미군부대 주변 상권이 달라졌다. 술집과 레스토랑 대신 기념품이나 옷 가게 등이 생겼다. 휴가를 떠나기 전 선물을 찾는 군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권을 사기 위해 술을 자제하는 군인들도 많았고, 이로 인해 각종 사건·사고 소식도 줄었다. 모두가 행복한 비즈니스였던 것 같다.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종근 회장이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해외 교류를 확대한 업적들을 높이 평가받아 국가로부터 은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종근 회장이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해외 교류를 확대한 업적들을 높이 평가받아 국가로부터 은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항공사 대리점 사업뿐만 아니라 기내식 전문 법인을 세워 인천공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항공기 정비 전문 법인 샤프 테크닉스 K를 설립해 국내 MRO 시장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항공산업과 관련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지금의 샤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샤프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과거 대리점 사업에만 만족하고 안주했다면 지금쯤 샤프도 존폐의 기로에 서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위기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만든 샤프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맙고, 자랑스럽다. 


-이런 업적들을 높이 평가받아 국가로부터 은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회사로서도 굉장히 영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업계가 어려운 시기인지라 마음이 무겁다. 모두가 힘든 시기인데 자랑처럼 보일까봐 일부러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위기가 해결되길 바랄뿐이다. 항공뿐만 아니라 관련된 여행, 호텔 등 여러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업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전례 없는 상황을 견디고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과거 사업의 성공으로 오랫동안 경쟁력을 지켜왔지만, 그 경험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과거의 방식이다.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다행히 최근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소식 등 항공 업계가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디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란다.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이고, 업계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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