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서남부권 명품여행 2박3일 ①

사진관, 카페, 식당으로 모습을 바꾼 근대 문화재 건물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진관, 카페, 식당으로 모습을 바꾼 근대 문화재 건물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만물의 관성은 시간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포가 달라졌다.

 

●목포는 낭만항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목포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연고지도 아닌 목포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묻어둔 걸까? 아니다. 그저 목포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된 애타는 마음이다. 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다. 자주적으로 개항한 항구도시이자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4대 항구도시 중 하나임에도 목포의 인구는 약 22만명. 부산(340만명)이나 인천(294만명) 등 다른 항구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걸 소박한 숫자가 증명한다는 거다. 

 

그의 애틋한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목포역을 중심으로 이어진 구시가지를 걷는데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문을 닫은 듯한 낡고 오래된 상점들이 걸음마다 발에 채였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목포의 이미지가 다소 거칠고 어두운 항구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목포시는 억울한 오명을 스스로 벗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몇 년에 걸쳐 치밀한 작전 아래 진행됐다. 우선 목포가 가진 근대문화재와 먹거리를 십분 활용했다. 근대문화 1번지 목포, 맛의 도시 목포, 목포 문화재야행 등 목포의 매력이 드러나는 도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뒤늦게 운도 따랐다.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Retro)’ 열풍에서 목포가 빠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과거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에는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과거 목포 일본영사관으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에는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알려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1987> 속 촬영지로 시화골목이,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예향이 물씬 느껴지는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이 주목받으면서 구시가지가 들썩였다. 덕분에 근대역사거리에 방치된 듯 남아있던 적산가옥과 몇몇 지정문화재, 오래된 상가들은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레트로 감성을 더한 음식점과 카페, 사진관, 책방 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에만 약 650만명의 여행객이 목포를 방문했다. 목포만의 매력에 열광하는 외지인들이 많아질수록 구시가지가 변신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생각해보면 목포시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지난 2018년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목포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낭만항구 목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로 했고, 이에 따라 점차 항구도시 목포에는 낭만이 한 스푼, 아니 여러 스푼 더해졌다. 작년에는 목포의 항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3.23km 길이의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고, 올해 7월에는 목포대교가 시원하게 펼쳐진 유달유원지 앞바다에 스카이워크가 개장했다. 스카이워크 아래 해변 산책로에도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와 커피 등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였다. 삼학도의 옛 해경부두 부지에는 십여 개의 낭만포차와 초대형 관광유람선도 들어섰다. 이런 목포 밤바다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어느새 낭만을 부르고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달라지고 있는 목포가 달갑다. 

 

목포 글·사진=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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