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 받고서 이제와 사실상 권고사직"
사옥 및 티마크 호텔 매물로…현금 확보에 총력

하나투어가 새해부터 고정비 절감을 위한 초강수 카드를 여러 장 꺼내들었다. 1월 넷째 주부터 각 부서별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며 사실상 대규모 권고사직 수순을 밟기 시작했고, 서울 본사 사옥과 티마크호텔 명동 매각을 검토하는 중이다. 인건비는 줄이고 부동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하나투어의 이 같은 결정에 내부 직원들은 물론 여행업계 종사자들도 크게 동요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 18일부터 각 부서별 부서장들을 통해 전체 사내 공지 없이 개별적으로 퇴직 면담 일정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는 인위적인 조정이 아닌 희망퇴직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직원들은 강제성을 감춘 형태의 사실상 권고사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희망퇴직은 말 뜻 그래도 자발적 성격을 내포한 퇴직 형태다. 하지만 퇴직을 권유받은 직원들 중 일부는 “이번에 퇴직하지 않으면 향후 복귀 여부도 불투명하고 복귀하더라도 기존 업무와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되거나 퇴직 조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 의사에 달려있다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더 노력해볼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고 토로했다. 종합해보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한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고사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나투어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해 지난해 4~5월까지 유급휴직, 6~11월까지 무급휴직을 이어오다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정부 지원금이 없는 급여 0원의 무급휴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희망퇴직 조건도 3월31일부로 퇴사 후 근속연수에 따라 4~6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최종적으로 퇴직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각 부서별로 40~60% 인원을 조정해 전체 약 2,300명 중 절반 수준에 달하는 인원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을 권유받은 일부 직원들은 분노했다. 이번 권고사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한 직원은 ‘회사에서 정식으로 공지하지 않은 채 직원들 전체에게 일일이 전화로 퇴사를 종용하고 있고, 조만간 정리해고까지 할 예정’이라며 ‘하나투어가 면세점, 호텔 등 무리한 신사업 확장과 부실한 경영으로 이미 실적이 악화되었고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는 내용으로 지난 20일 국민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21일 기준 약 2,5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업계도 어려운 사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도 하나투어의 결정이 못내 아쉽다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투어는 1993년 (주)국진여행사로 시작해 IMF 외환위기, 사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굵직한 외풍을 겪으면서도 인위적으로 감원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여행업계 내에서는 여러 여행사들이 쓰러져 나갔고 구조조정이며 무급휴직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하나투어는 다른 선택을 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조조정 대신 직원들에게 소액의 월급을 주며 고통을 분담했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여파에도 업무 공간을 최소화하고 급여 삭감으로 비상경영을 유지했다. 업계에서 하나투어가 굵직한 위기를 넘기고 오랜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인력을 자산으로 여기는 경영 방침’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한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하나투어 본사 사옥은 천호기업 소유로 하나투어의 지분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자사의 지분과 티마크호텔 명동점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월21일 기준 매각 최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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