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벌써 2년 전 일이다.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을 처음 본 건 2019년 서울에서 열린 WIT(Web in Travle)에서다. WIT는 온라인 여행 기술&마케팅 콘퍼런스로 당시 연회장 홀에는 여행업계 관련 종사자 수백 명이 모였다. 박 회장은 이날 국내 대표 여행사로서 하나투어의 역할과 비전을 공유하고, 지금까지 IMF며 금융위기, 바이러스 등 외부변수로 인한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직원들과의 고통 분담’을 꼽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경영 이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처럼 여행업의 동력을 인재로 삼아온 박 회장은 종종 사내에서 벌어지게 될 중요한 정책이나 결정에 대해 직접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유하고 직원들을 독려한 리더로 기록돼 있다. 

2020년은 전 세계 모든 여행업계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여파로 몸살을 앓았던 해였다. 하나투어도 ‘살아남기’ 위한 초강수 카드를 여럿 꺼내들었다. 비핵심 자회사와 해외지사를 정리했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유·무급 휴직의 고통을 감내했다. 새해에는 본사 사옥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달부터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권고사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휴직에 들어가면서 소통의 기회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내의 중요한 소식을 소문이나 언론, 전자공시를 통해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목소리는 지난해 2월 신년 경영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이름만으로는)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서운함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회사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없어 구체적인 정리 규모나 대상, 조건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서장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권고사직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급기야 이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3월 안에는 하나투어가 직원수를 얼마나 정리했는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하나투어는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여행업계의 동력이 바뀌게 될 것인가. 리더의 생각이 궁금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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