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중단하라” 노조 교섭신청, 사측 묵묵부답
4대보험‧복직 보장 빠진 특별 안식년 도입도 비난
노조측 3월2일부터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 돌입

하나투어 노동조합이 지난 2일부터 매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 여행신문 CB
하나투어 노동조합이 지난 2일부터 매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여행신문 CB

하나투어가 고용과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다. 하나투어는 1월 말부터 각 부서별로 퇴직과 관련해 면담을 시작했는데, 사측은 인위적인 조정이 아닌 희망퇴직이라는 입장이지만, 근로자들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권고사직이며 퇴직자 선별과 관련해 회사의 입장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에 노사 간 소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직원들은 하나투어 창립 이래 처음으로 2월3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지난달 노조의 교섭 요청에도 사측의 별다른 대응이 없어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회사 및 해외지사를 정리하고 유급휴직에서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채 본사 지분 매각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 1월 말부터는 각 부서별로 면담을 시작했다.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명목이었는데, 직원들은 사실상 퇴직 대상이 정해졌고 일부는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일부 직원들은 근로 조건을 두고 사측과 합의점을 논할 권리를 가진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나투어 창립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설립 주체가 되어 2인 이상 참여시 설립 조건을 갖춘다. 하나투어 노동조합 설립 초기 당시 참여인원은 약 30명이었다. 3월초 현재 이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하나투어 노조 측은 구체적인 인원은 밝히지 않겠다고 알렸다. 

하나투어 노동조합은 2월19일 사측에 교섭을 요청했으나 3월4일 현재까지 하나투어 사측은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교섭에 나설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 규정에 따르면, 교섭을 요구받은 측은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한다. 

묵묵부답인 사측에 하나투어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사실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하고 3월2일 본사 앞에서 첫 집회를 시작했다. 또 이에 그치지 않고 집회를 3월 한 달 동안 매일 진행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하나투어 노조는 단체 교섭 확정되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그동안 노사협의체 하나투어발전협의회와 휴직과 관련해 협의해왔다"는 입장이지만 박순용 하나투어 노동조합위원장은 “하나투어발전협의회는 노사 협의체로 근로 조건 관련 협의에 대한 실력 행사 기능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노사 협의체와 근로 조건을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였다”며 “근로 조건에 대해서는 노사 간 대화와 배려를 통해 조율하는 부분인데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3월4일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또 희망퇴직 이외에도 지난 2일 ‘특별 안식년’ 제도를 도입한다고 공지했다. 그동안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1년 안식년 제도는 모든 정규직 직원으로 대상으로 확대됐다. 3월9일까지 신청 받고 휴직 기간은 4월 이후 9~12개월까지 선택 가능하다. 하나투어는 "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안한 차원"이라며 "강제성을 띄지 않는 제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식년을 신청하더라도 4대 보험과 향후 복직 여부를 보장받을 수 없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교섭이 이뤄질지, 또 적절한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래저래 관심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하나투어의 희망퇴직 신청 규모는 내외부에서 800~1,000명으로 추측할 뿐 3월4일 현재까지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4월1일부로 퇴사 처리될 예정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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