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안동 이야기 1박2일] 上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고즈넉한 옛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진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서원이다
고즈넉한 옛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진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서원이다

●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
도산서원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하다. 병산서원 등 8개 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겠다.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은 어엿한 산책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운치와 정감이 넘친다. 서원 입구에 도착하니, 낙동강 건너편 저쪽에 불쑥 솟은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시사단이다. 퇴계 선생의 학덕을 높이 산 정조 임금이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별도의 과거시험을 보게 한 곳이다. 


눈을 도산서원 쪽으로 돌리니, 여러 목조건물이 층층 경사를 이루며 도산서원을 완성한다. 퇴계 선생의 제자들이 기거했던 숙소 농운정사부터 도산서당, 서광명실, 동광명실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맨 위에 도산서원의 중심 전교당(보물 제210호)이 기품 있는 자태로 맞는다. 전교당 마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내려다보면 만대루 지붕과 누마루 사이로 낙동강 물줄기가 비친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내려다보면 만대루 지붕과 누마루 사이로 낙동강 물줄기가 비친다

●낙동강 휘감아 도는 풍경에 빠져
병산서원


퇴계 선생의 제자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기품도 안동에서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수행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우고, 그 기록인 ‘징비록’을 저술한 인물이다. 서애 선생의 뜻에 따라 1575년(선조 8년) 세워진 게 바로 병산서원이다. 많은 학자를 배출하며 가치를 높였고,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했다. 지금은 서애 선생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000여 종 3,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도산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자동차로 10여 분쯤 좁다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다시 10분 정도를 걸은 뒤에야 병산서원을 만날 수 있다. 낙동강 줄기가 휘돌아 굽이치는 풍경이 하회마을과 흡사하다. 여기서 낙동강 줄기를 따라 4km 정도 가면 하회마을이다. 마침 제철을 맞은 배롱나무꽃이 화사하게 병산서원을 장식하고 있다.


서원의 입구 복례문을 지나니 낙동강을 한눈에 품은 기다란 누마루 만대루가 단아하고, 곧이어 유생들이 교육을 받았던 강당 입교당이 근엄하다. ‘하늘이 부여한 착한 본성에 따라 인간윤리를 닦아 가르침을 바르게 세우는 전당’이라는 뜻을 되새기며, 산과 강 그리고 기와지붕이 그려낸 풍경화에 스르륵 빠져든다.

 

안동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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