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클룩이 울릉도 무착륙 관광비행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 여행신문CB
지난 3월1일, 클룩이 울릉도 무착륙 관광비행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 여행신문CB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자를 맡고 있는 선배가 어느 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그는 버릇처럼 질문을 던진다). 여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왜 그렇게 여행하고, 여행하지 못해 침울해하며, 왜 그토록 여행을 기다리냐고. 대체 여행이 뭐길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의미 없는 여행은 없었다. 뜻밖의 인연, 뜻밖의 사고, 뜻밖의 풍경과 같은 뜻밖에 벌어진 수많은 순간에서, 나는 위로 받았고, 어떤 다짐을 했으며, 때론 안도했다.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선한 영향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에서 얻은 작은 조각들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지금까지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여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그 존재가 광활한 우주 속 먼지만큼 미미할지라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행은 결코 가벼운 오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여행이 멈춘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우리의 일상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마음껏 여행할 수 없게 됐고, 이동하기 위한 절차와 조건이 몹시 까다로워졌으며, 여행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례 없는 위기 속 전례 없는 여행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행사에서는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점부터 사용할 수 있는 해외호텔이나 항공권을 특가로 선판매하고 랜선여행이며 해외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코스메틱이나 영양제 등을 직구로 판매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항공사들도 무제한 변경/취소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항공권을 판매하는가 하면 상공을 목적지로 한 무착륙 관광비행을 운항하고 있다.

모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장악하기 전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과연 여행사와 항공사들이 매출만을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펼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껏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필사적으로 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며,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도 여행을 판매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창출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여행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절박하면서도 확고한 희망이다. 

 

삼일절 울릉도 상공에서 꺼내든 태극기 / 여행신문CB
삼일절 울릉도 상공에서 꺼내든 태극기 / 여행신문CB

 

그날은 삼일절이었다. 새벽부터 집밖을 나섰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 1년 만이던가.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날 공항에는 좀 더 특별한 사연이 모였다. 액티비티 플랫폼 클룩은 지난달 인스타그램을 통해 특별한 사연을 보낸 약 1,500명 중 40여 명을 선정해 이날 관광비행에 무료로 초대했다. 국내 소형항공사 하이에어를 타고 최초로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특별히 삼일절에 울릉도 상공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다는 여자, 코로나19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전직 관광 가이드, 독도 경비대로 2년 근무했다던 젊은 청년, 조종사와 승무원을 꿈꾸던 청년들까지, 이날 아침,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하이에어에 몸을 실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한손에는 비행기 티켓을, 한손에는 클룩과 하이에어에서 준비한 각종 선물이 담긴 묵직한 쇼핑백을 쥐게 됐다. 울릉도 관광지도와 울릉도 해양 심층수로 만든 스킨 케어 세트, 독도 강치인형, 수소 버블 클렌징, 피지 워터와 피치 크렌베리 탄산수, 울릉도의 기운을 담은 부지갱이 나물 그리고 달콤한 엿과 초콜릿까지.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이처럼 풍성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뜻밖의 선물을 쥐고 나니 마음에는 온기가 퍼졌다. 

 

2025년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하이에어가 김포-울릉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하이에어는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합작사 ATR 72-500 기종을 운항한다 / 여행신문CB
하이에어는 프랑스 에어버스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합작사 ATR 72-500 기종을 운항한다 / 여행신문CB

 

하이에어는 2025년 개항을 앞둔 울릉공항에 최초로 취항할 예정인 소형항공사다. 지금은 김포에서 사천, 제주, 울산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만, 앞으로 4년 후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김포와 울릉도를 잇게 될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무착륙 관광비행은 하이에어에게도 의미 있는 이벤트였다. 하이에어는 이번 관광비행에 앞서 미리 울릉도 상공을 세 차례 테스트 비행하며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 소형항공기의 비행고도는 중대형급 항공기보다 낮고, 날개가 동체보다 위에 위치해 어느 자리에서나 창 밖으로 섬을 가장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고. 

 

클룩과 하이에어가 준비한 여행토퍼. '삼일절 울릉도 하늘 정복하러 GO!' / 여행신문 CB
클룩과 하이에어가 준비한 여행토퍼. '삼일절 울릉도 하늘 정복하러 GO!' / 여행신문 CB
기내에서는 OX퀴즈와 가위바위보 게임 등 여러 이벤트가 진행됐다 / 여행신문CB
기내에서는 OX퀴즈와 가위바위보 게임 등 여러 이벤트가 진행됐다 / 여행신문CB
이날 무착륙 관광비행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탑승객 40여명이 모였다 / 여행신문CB
이날 무착륙 관광비행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탑승객 40여명이 모였다 / 여행신문CB

 

그러나, 하늘도 야속하지. 삼일절 아침, 하늘에선 비가 주륵주륵 쏟아졌다. 구름도 하늘을 꽉 채웠다. 그래도 우리는 어느 길목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탑승객들에게 종종 좌표를 방송해준 기장님 덕분이다.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춘천과 원주, 대관령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삼일절 아침, 울릉도 상공에 도착한 비행기는 8자 비행으로 두 차례 선회했지만, 끝내 창밖으로 섬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대수더냐. 여행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인 여정인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하늘 위를 드라이브하는 동안 기내에서는 OX 퀴즈가 진행됐고, 탑승객들의 사연이 사무장의 목을 타고 노래처럼 흘러나왔다. 하이에어에 탑승한 40여명은 울릉도 상공을 돌아 목적지 없이 착륙하지 못한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 세상 여행을 한껏 즐겼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지금과 같은 관광비행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관광비행을 추억하며 그땐 그랬지, 그리워하게 될까?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꼭 기억해두고 싶다. 착륙하지 못하는, 어쩌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여행을. 그러니 기대했던 일출을 만나지 못했어도, 다 괜찮다. 

 

여행을 기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뜻밖의 선물이다 / 여행신문CB
여행을 기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는 뜻밖의 선물이다 / 여행신문CB

 

울릉도 하늘 드라이브를 마치고 돌아오니 울릉도에 가고 싶다. 아직 하늘길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게 또 대수더냐. 섬여행의 낭만, 페리가 있는데. 조만간 클룩에는 울릉도 여행에 필요한 액티비티와 투어, 입장권 등 각종 상품이 50여개까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여행자가 취해야 할 행동은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는 것.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므로. 
 

하이에어가 울릉도 테스트 비행 중 촬영한 풍경. 날이 맑았다면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 클룩 제공
하이에어가 울릉도 테스트 비행 중 촬영한 풍경. 날이 맑았다면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 클룩 제공

 

 

클룩(KLOOK)은?  
2014년 설립된 여행 액티비티 및 서비스 예약 플랫폼이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여행지 현지에서 즐길 거리를 발견하고, 쉽게 예약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인기 어트랙션, 투어, 교통 서비스, 맛집, 특별한 액티비티 등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로컬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10만 개 이상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클룩은 전 세계 29개 지사가 있으며 현재 14개 언어 및 41개 통화를 지원하고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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