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진관광이 운항한 A380 무착륙 관광비행 2회차 풍경. 이코노미 클래스 존 모습 / 여행신문CB
지난 13일 한진관광의 A380 무착륙 관광비행 2회차 풍경. 이코노미 클래스 존 모습 / 여행신문CB

최근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이 바쁘다. 코로나19로 비행기 운항이 어려워진 항공사들이 체력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동일한 무착륙 관광비행 운항에 전투적으로 임하고 있는 요즘, 럭셔리 항공기의 대명사 A380이 무대를 종횡하고 있다. 한때 너무 많은 좌석수를 채워야하고 관리, 유지 비용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새롭게 떠오른 신종 중대형기 A350에 잠시 밀린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진관광과 대한항공의 3월 무착륙 관광비행에 오른 A380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무착륙 관광비행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 A380 / 여행신문CB
무착륙 관광비행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 A380 / 여행신문CB

한진관광과 대한항공은 3월6일, 13일, 27일에 걸쳐 무착륙 관광비행을 3회 운항하고 있다. 세 날짜 모두 일등석과 비즈니스 클래스는 일찌감치 모두 판매됐고, 3월 마지막 운항일인 27일 관광비행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라 판매 가능한 좌석 기준 탑승률 100%,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A380의 일등석과 비즈니스 클래스는 요즘 무착륙 관광비행에서 구하기 힘든 좌석으로 통할 정도다.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의 매력은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다른 기종보다 왜 A380의 인기는 유독 뜨거운 걸까. 

윤직원 작가는 버뮤다 삼각지대를 차용해 ‘월급쟁이 후회의 삼각지대’를 표현했다. ‘그때 그 주식을 샀더라면’, ‘그때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그때 집을 샀더라면’. 세 가지 모두 이렇게 값비싼 것이 될 줄 몰랐던, ‘그때’의 기회를 놓친 자신을 책망하는 ‘웃픈’ 이야기다. 어쩌면 A380 무착륙 관광비행은 주식으로 치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다.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A380은 항공사의 주문에 따라 좌석수를 400~600석까지 만들 수 있는 대형 기종이다. 대부분 400~500석 사이를 운영하는데, 좌석수가 많고 운항 가능 거리가 길어 국내선이나 단거리 노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주로 장거리 노선에 투입됐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운임이 높았다. 특히 일등석의 경우 수 백만원을 호가했고, 값이 비싸다보니 마일리지를 활용해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수요도 상당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번에 한진관광과 대한항공이 진행한 A380 무착륙 관광비행 요금을 살펴보면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수 백만원이었던 일등석은 49만9,000원,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 클래스)는 39만9,000원 그리고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는 19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탑승객에게는 대한항공 라운지 이용권과 롯데 인터넷 면세점 블랙 등급으로 1년간 업그레이드와 각종 적립금, 쿠폰, 특급호텔 할인 등 특별 혜택을 더해주고 있으니 솔깃할 수밖에. 게다가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다시 해외여행의 기회가 열린다면 A380을 이정도 가격에 타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 흔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신혼부부나 많은 마일리지를 가진 이들이 빠르게 좌석을 예약하고 있다고.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KE9021 / 여행신문CB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KE9021 / 여행신문CB
다소 한산했던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마다 세일이 한창이다 / 여행신문CB
다소 한산했던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마다 세일이 한창이다 / 여행신문CB

 

지난 13일, 뜨거운 관심 속 대한항공 A380 무착륙 관광비행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카운터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무착륙 관광비행’이 적힌 네임택과 기념품, 면세점 구매내역 확인서를 받아들고 탑승동에 들어섰다. 1인당 면세 구매 가능 금액은 600달러.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해 인도장에서 받을 수도 있고, 공항이나 시내에 입점한 면세점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주문할 수도 있다. 이동이 최소화된 요즘이기에 탑승동 면세점은 한산했고, 눈물의 세일이 한창이었으며, 쇼핑백을 두손 가득 쥔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 기념 사진을 남기는 탑승객 모습 / 여행신문CB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 기념 사진을 남기는 탑승객 모습 / 여행신문CB
A380은 강원도, 포항, 울산, 부산을 거쳐 대한해협을 돌아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 여행신문CB

 

인천에서 출발한 A380은 고도 6,000m로 올라가 강원도, 포항, 울산, 부산을 거쳐 대한해협을 돌아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시작했다. 기내에서는 추첨을 통해 숄더백과 대한항공 모형비행기, 어린이 수트 케이스 그리고 리모와(Rimowa) 캐리어(또는 한진관광 단거리 전세기 항공권 2매)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한진관광도 이번 A380 무착륙 관광비행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다음 비행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4월에도 무착륙 관광비행 판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진관광은 4월 A380 무착륙 관광비행 운항을 논의 중이다 / 여행신문CB
한진관광은 4월 A380 무착륙 관광비행 운항을 논의 중이다 / 여행신문CB

 

무착륙 관광비행의 목적지는 인천공항이었다. 그럼에도 분명 해외여행을 떠나던 ‘그때’의 그 모습과 닮았고, ‘그때’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도 되살아났다. 여권은 잘 챙겼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공항에 늦게 도착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막상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동에 도착하자 면세점을 구경하다 홀린듯 세일 상품을 가방에 담았다. 기내용 실내화와 어메니티 키트가 반가웠고, 앞좌석에 부착된 작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영화 한 편을 보며 꾸벅꾸벅 졸음에 겨워하다, 사전에 주문한 기내 면세품을 인도받아 영수증 속 할인 금액을 확인하고는 돈을 쓰고도 돈을 벌었다는 승리감에 취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니, 분명 여행이었다. 비록 사람 없는 공항, 기내식 없는 기내, 입국 심사 빠진 출국이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은 코로나19가 없는 미래의 ‘그때’다.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들은 구매내역 확인서에 적는다. 입국 후 세관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 여행신문CB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들은 구매내역 확인서에 적는다. 세관신고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 여행신문CB

 

알아두면 쓸모 있는 무착륙 관광비행 쇼핑에 대한 몇 가지 Tips

*공항에는 서둘러 도착하는 게 좋겠다.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객에게만 선착순 한정으로 증정하는 기념품도 쏠쏠하고, 탑승동 내 면세점에서만 대폭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주류는 기내 사전 예약 혜택이 풍성하다. 현재 기내 면세 쇼핑은 온라인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스카이 숍(SKYSHOP)을 통해 인기 주류를 최대 25%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예약시 추가로 5% 할인권을 이메일로 받게 된다. 결제시 해당 할인권을 승무원에게 제시하면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다. 

*스카이숍에서 뭐든 1개만 구매하더라도 13달러 상당의 하와이안 선 초콜릿을, 화장품 구매 고객에게는 초콜릿에 에스티로더 립스틱 3종과 파우치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 면세점 등급을 업그레이드 받으면 기존 등급보다 할인 혜택이 커지고, 블랙 등급의 경우 블랙 등급만 구매 가능한 단독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최근 면세점에 남아 있는 재고가 적은 편이다. 원하는 상품을 미리 온/오프라인으로 확인하고 구매 리스트를 작성하자.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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