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평균 -69.2%...항공사보다 여행사 타격 더해
하나·모두, 종속기업 순손실 각 1,036억원·772억원
급여 삭감에도 떠난 직원보다 기다린 직원 더 많아

2020년 상장 여행사·항공사들의 실적은 예상대로 쑥대밭이 됐다. 11개 주요 상장 여행사·항공사들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은 평균 69.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액은 1조8,6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보고서 곳곳에는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현금 확보를 위한 흔적들이 역력했지만 매출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막진 못했다. 다만 가장 우려됐던 고용 부분은 눈에 띄는 감소 없이 1년 간 얼어붙은 한파를 버텨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익 적자 예상했지만 ‘참담’

2020년 주요 상장 여행사/항공사 실적(표)을 살펴보면 11개 기업들의 매출은 약 12조8,232억원으로 2019년 대비 69.2% 감소했다. 즉, 1년 사이 매출 약 29조원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여행사와 항공사를 비교해보면 여행사 매출이 평균 -80%로 항공사(-60.3%)에 비해 19.7%p 더 감소폭이 컸다. 

이에 따른 손실액도 크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각각 -346억원, 22억원에서 -2,186억원, -647억원으로 대폭 커진 적자를 기록했다. 참좋은여행은 적자전환했고, 노랑풍선과 롯데관광개발은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세중여행사는 지난해 2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기도 했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29억2,641만원으로 연간 매출액 30억원 이하를 기록해 3월19일에는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세중여행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9억1,953만원이다. 

항공사들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행사에 비해 화물 영업이나 국내선 등에서 활약하며 매출 하락 폭은 나은 편이지만 매출 규모 자체가 여행사보다 크기 때문에 손실액도 더 컸다. 11개 상장 여행사/항공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1조8,69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여행사 5곳의 당기순이익은 -3,734억원인 데 비해 항공사 6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4,962억원에 달했다. 항공사들 중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5,030억원의 가장 큰 적자를 냈다. 
 

하나·모두투어 자회사, 소시지처럼 줄줄이 정리

고꾸라지는 매출에 영업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흔적도 돋보였다. 영업비용 면에서는 하나투어는 급여나 광고비, 보험 등 각종 영업비용을 2019년 6,071억원에서 2,244억원으로, 모두투어는 2,408억원에서 61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특히 하나투어는 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지사 및 비핵심 자회사를 줄줄이 청산했고, 몇몇 남은 종속기업들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해 투어팁스와 해외 자회사를 비롯한 종속기업 9개를 청산했고, 고려여행사네트워크와 티마크호텔의 지분을 매각했으며, 에스엠면세점 영업을 종료했다. 또 월디스투어, 하나샵 등 12개 종속기업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그밖에 관계기업에 속하는 센터마크호텔 지분을 매각하고 해외 자회사를 청산했다. 모두투어는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는 지분을 매각했다. 또한 양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도 청산 진행 중에 있다. 

하나투어에 속한 주요 종속기업 중에서는 국내여행 판매에 힘을 쏟은 웹투어가 유일하게 매출 130억4,594만원에 12억9,260만원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투어 재팬, 마크호텔, 유아이관광버스, 아레그록스 TM호텔메니지먼트 등은 일제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모두투어의 주요 종속기업인 모두스테이는 지난해 서울시 내 대다수의 호텔 영업을 중단하면서 순이익 -725억6,558만원으로 가장 큰 손실을 안겼다. 자유투어에서는 지난해 18억5,29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모두투어는 결국 자유투어의 지분 1,200만주를 올해 안에 전량 매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모두투어의 종속기업 중에서는 크루즈인터내셔널이 506만원, 모두투어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11억846만원 순이익을 냈다. 

이렇게 양사의 주요 종속기업에서만 발생한 순손실액은 하나투어의 경우 1,036억원, 모두투어의 경우 772억원에 달했다. 

 

급여 반토막에도 ‘탈업계’ 보다 ‘버티기’ 선택 

지난해 여행 및 항공업계는 유·무급 휴직과 순환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업보고서에 담긴 직원 및 급여 현황을 살펴보면 업계 임직원들이 위기 속에서도 함께 고충을 분담하고 회복을 기다린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여행사들은 급여를 약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2020년 급여 지출 부분에서 여행사 중에서는 노랑풍선이 전년대비 62% 감소한 78억2,600만원을 지급해 가장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펼쳤고, 이어 하나투어(-55.8%), 모두투어(-55.3%), 참좋은여행(-49.7%) 순으로 삭감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수도 다소 줄었다. 지난해 복합리조트 제주 드림타워를 오픈하면서 여행업 이외의 신규 채용이 발생한 롯데관광개발(+196.2%)을 제외하고 여행사 4곳의 직원 수 평균 감소율은 -12.7%를 나타냈다. 이중 노랑풍선 직원 수는 2019년 553명에서 445명으로 19.5% 줄었고, 하나투어(-11%), 모두투어(-10.5%), 참좋은여행(-9.6%) 직원 수는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편 레드캡투어는 여행 부문 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렌터카 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레드캡투어의 여행 부문 직원 수는 2019년 257명이었던 데 반해 2020년 124명으로 절반 줄었다. 대신 렌터카 부문 직원 수는 2019년 126명에서 2020년 139명으로 소폭 늘었다. 

여행사들이 급여 지출을 절반 가량 줄인 데 비해 항공사들은 급여 지출을 전년대비 10~20%대 정도 줄였다. 티웨이항공이 2019년 1,239억8,700만원에서 2020년 886억5,900만원으로 28.5% 가장 크게 지출을 줄였고, 에어부산(-28%), 아시아나항공(-27.6%), 제주항공(-23.1%), 대한항공(-18.1%), 진에어(-8.6%)가 뒤를 이었다. 항공사 직원 수의 감소폭은 미미했다. 6개 항공사 직원 수는 2019년 대비 평균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1년 동안 급여가 삭감되는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탈 현상이 미미했던 것은 묵묵히 정상화를 기다리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고통은 컸다. 연간급여총액을 직원수로 나눠 직원 1인당 연봉수준을 단순 계산하면, 하나투어의 경우 2019년 1인당 3,600만원에서 2020년에는 1,760만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모두투어 역시 4,440만원에서 2,320만원으로 전년대비 48% 감소했다. 비록 지난해에는 업계 이탈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신규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고 당분간 코로나19로 여행·항공 시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고용에 대한 본격적인 여파는 올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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