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허니문리조트 | 허리구함

 

위기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나선, ‘허리구함’의 정체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뜬다. 그리고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 어쩌면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여행인들은 일상에 여행이 등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런 주문을 마음속으로 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줄어든 근무시간에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찾아온 무기력함을 감당하기에 주문만으로는 벅찼을지 모른다. 여기, 무기력함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명약을 찾아 나선 직원들이 있다. 세계 곳곳의 여행지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을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허니문리조트의 ‘허리구함’ 팀원들 이야기다. 

 

허니문리조트의 '허리구함' 팀원들. 사무실 미팅 공간을 활용해 방송 중이다 / 여행신문
허니문리조트의 '허리구함' 팀원들. 사무실 미팅 공간을 활용해 방송 중이다 / 여행신문

 

잊고 있던 도전정신 발동 

허니문리조트는 임직원 약 40여명 규모의, 꽤 인지도가 높은 허니문 전문 여행사였다. 하지만 여느 여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코로나19로 허니문리조트의 직원 수는 현재 7명까지 대폭 줄었다. 남은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주2회뿐. 그마저도 신규 예약 상담이나 상품 개발보다 기존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 관리하는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잉여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남은 직원들의 ‘멘탈’도 흔들렸다. 주어진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도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재치 있는 기획력,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 등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도전정신이 결국 발동한 것.  

여행업계에서는 허니문리조트를 줄여서 ‘허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남은 직원들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허니문리조트 직원들이 허니문리조트를 구한다는 의미와 허니문리조트가 여행지의 추억이 깃든, 필요한 물건을 구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허리구함’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브랜드를 만들고 지난 2월 말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에 채널을 개설했다. 사업 업종으로 도소매업과 전자상거래업도 추가했다. 해외 여행지에서 인기 있던 추억이 깃든 상품들을 선별해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총 4명이 해외 여행지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선별하고 소싱하고 방송을 통해 판매하며 배송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맡았다. 그동안 직원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촬영 장비나 편집 기술은 갖춰진 상태였고 방송에 대한 부담감도 적었기에 아이디어와 함께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허리구함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화면캡쳐
허리구함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화면캡쳐

 

라이브 커머스에 ‘여행’을 더해보니…

2월 말, 첫 방송을 시작으로 그립 내 허리구함 채널에서 판매한 물품은 약 10가지다. 달리나 잭 프루트 칩과 크림오 밀크 과자를 포함한 베트남 간식 2종 세트, 태국 비타 밀크 3종, 베트남 커피 세트, 태국+베트남 라면여행 Try 세트, 치즈케익팩토리 케이크, 하와이안 스프링스워터, 얼스와이즈 베이비 바디워시+샴푸 세트 등이다. 허리구함 팀원들이 직접 국내의 백화점과 마트를 다니며 수입품 시장조사를 통해 선별한 아이템이다.  

사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초반부터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이 절실했지만 팍팍해진 재정으로 현지에서 직접 많은 물량을 개런티하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선구매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국내 수입사를 찾았다. 모기업인 허니문리조트와 허리구함이라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채널의 비전과 열정을 제시했다. 단순히 제품의 맛이나 디자인, 기능성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과도 접목해 방송한다는 점을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세웠다. ‘맨 땅에 헤딩’하는 듯한 시작이었지만 결국 결실을 얻었다. 새로운 판매 채널과 신선한 마케팅에 목말랐던 수입사들에게도 허리구함의 제안이 솔깃하게 다가와서다. “귀사의 ‘결실’을 다양한 채널에 적극적으로 판매해보겠다”는데 고맙지 않을 리 없었다. 적은 수량을 요청했음에도 좋은 가격을 내어주며 지지해준 이유다. 

 

당신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가?

이쯤 되면 역시 ‘그래서 얼마를 벌었는지’가 궁금할 테다. 허리구함의 매출은 아직 소소하고 소소하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주1회 방송으로 매출액 150만원을 얻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는 ‘제로’라고 말한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그리고 이를 통해 얻는 에너지가 지금은 매출이라는 숫자보다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리구함 팀원들은 3월 매출액을 종자돈 삼아 다음 방송을 위한 샘플, 소품, 홍보 비용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와 해야 할 일을 할 때, ‘일’을 대하는 태도는 천지차이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허리구함 팀원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빠르다. 4월 현재 네이버 스토어에도 물품을 올려 판매를 시작했고, 5월에는 네이버 라이브쇼핑에서도 방송을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다. 방송 영상을 짧게 편집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장기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채널의 힘을 키우다보면 여행이 재개했을 때 한발 앞선 판매·마케팅 채널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또 혹시 누가 아는가. 허리구함이 정말 허니문리조트 사업 전체를 구하는 효자가 될지.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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