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만날 강화도 꽃길
기다림 끝에 만날 강화도 꽃길
  • 곽서희 기자
  • 승인 2021.05.0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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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 이들에게, 강화도의 꽃길을 동봉해 보낸다. 멀리 가 닿길 바라며. 

매년 4월이면 연분홍빛 진달래 물결이 넘실거리는 고려산
매년 4월이면 연분홍빛 진달래 물결이 넘실거리는 고려산

●얼음, 그리고 땡


기다리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다. 보고 싶은 건 바로 봐야 하고, 먹고 싶은 건 지금 주문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은 당장 가야 하는 성격. ‘빨리빨리’는 습관이라기보단 생활신조에 가까웠다. 그런 내게 가만히 무언가를 인내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끝없는 기다림의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외여행, 마스크 없는 삶, 여러 지인들과의 모임, 그리고 꽃놀이도. 마음이 메마른 날들이 계속됐다. 촉촉함은커녕, 푸석해져만 갔다. 빠짝 동결 건조된 닭 가슴살처럼, 대신 영양가는 없는 채로. 그렇게 또 한 번의 봄이 왔다. 

 

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났지만, 피어난 꽃을 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취재라는 목적이 없다면 더더욱. 여느 때였다면 한창 북적였을 강화도의 꽃길들은 낯설게 한적했다. 강화산성 북문 벚꽃길을 비롯해 주요 꽃길의 출입이 통제됐고, 고려산 진달래 축제도 취소됐다. 길가엔 발자욱이 흐릿했다. 기분 좋은 소란함이 그리워졌다. 봄은 어딘가 붕 뜬, 약간의 부산스러움이 더해져야 더 빛나는 계절이니까.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들은 너무도 창창하게 움을 틔워 낼 뿐이었고, 그래서 어쩐지 더 쓸쓸한 봄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것 같은 순간에도 최후의 낙하점은 있기 때문이다. 오래될수록 진해지고, 또 달콤해지는 것들이 있다. 기다림의 끝이 그렇다. 요즘은 길고 긴 얼음땡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꽁꽁 얼어 있다 ‘땡’의 순간 마침내 스르르 해동되면, 최대치의 해방감을 맘껏 맛보리라 다짐하면서.


또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 이들을 위해, 잠시 저장해 두고 푸욱 숙성시켜 둘 꽃길들을 지면에 고이 동봉했다. 부디 멀리 가 닿기를 바란다. 다음 봄 즈음 뜯어 보면 더 달달해져 있을, 강화도의 풍경들이다. 

벚꽃 필 무렵에 가장 아름다운 갑곶돈대 이섭정
벚꽃 필 무렵에 가장 아름다운 갑곶돈대 이섭정

●요새 속 숨은 꽃길
갑곶돈대


갑곶돈대에서는 마음이 자꾸 옹졸해진다. 나만 알고 싶고, 소문내고 싶지 않다. 남모를 소유욕이 솟아나는 이유는 갑곶돈대에 피어난 화사한 벚꽃 때문만은 아니다. 이토록 예쁜 꽃들을 고요하고 한적하게 즐길 수 있어서다. 사실 갑곶돈대를 강화전쟁박물관이 있는 곳이자, 고려시대에 몽골과의 전쟁에서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로만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4월엔 벚꽃이, 5월엔 영산홍이 만개하는 숨은 꽃놀이 명소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몽골과의 전쟁 당시 중요한 요새로 쓰였던 갑곶돈대
고려시대 몽골과의 전쟁 당시 중요한 요새로 쓰였던 갑곶돈대

강화전쟁박물관 입구와 비석군 주변을 둘러싼 벚꽃나무도 아름답지만, 역시 벚꽃은 이섭정에서 정점에 달한다. 2층으로 된 정자에 오르면 염하강의 절경과 벚꽃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돈대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도 남아 있다. 왜적의 선박을 포격하던 대포부터 적병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심은 400년 된 탱자나무까지. 강화의 역사를 보다 깊게 알고 싶다면 강화전쟁박물관을 함께 둘러보자. 이 모든 걸 1,000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입장료로 즐길 수 있다는 건, 갑곶돈대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강화전쟁박물관을 둘러싼 벚꽃나무들
강화전쟁박물관을 둘러싼 벚꽃나무들

주소: 강화읍 해안동로1366번길 18
운영시간: 매일 9:00~18:00
전화: 032 930 7076
입장료: 성인 9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600원

 

●800m 벚꽃 터널
강화산성 북문 벚꽃길


1990년대 초, 강화군 지역 주민들은 기금을 모아 벚나무를 심었다. 고려궁지에서 강화산성 북문까지 이어지는 거리 양쪽으로 빼곡히.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왕벚나무와 산벚나무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약 800m의 긴 벚꽃 터널을 만들고 있다. 강화산성 북문 벚꽃길의 탄생 일화다.

강화산성 북문 벚꽃길, 핑크빛 벚꽃 터널이 따스하게 이어진다
강화산성 북문 벚꽃길, 핑크빛 벚꽃 터널이 따스하게 이어진다

북문 벚꽃길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 매년 가장 늦게 벚꽃이 피지만, 최근에는 따뜻해진 기후 탓에 개화 시기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길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토닥토닥 길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들면, 여백을 찾기 힘들 만큼 포송포송한 벚꽃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정말 ‘터널’이란 수식어가 알맞다.

강화산성 북문 외관
강화산성 북문 외관

꽃 사이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오후 햇살을 카펫 삼아 가만히 걸으면 마음마저 보송해진다. 벚꽃이 한창 만개하는 4월이 되면 북문길을 오가는 차량들은 통제되고, 밤에는 조명을 설치해 야간 개장을 하기도 한다.

주소:강화읍 대산리 1343-1

 

●봄날의 진달래 화원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4월은 고려산을 위한 달이다. 매년 4월 중순이 되면 고려산 정상 능선 북사면을 따라 355봉까지 약 1km 구간이 연분홍빛 꽃으로 가득 메워진다. 그 꽃의 이름은 진달래. 명실상부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봄꽃 축제,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매해 약 40만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큰 축제다.

고려산을 가득 메운 진달래 ©강화군
고려산을 가득 메운 진달래 ©강화군

고려산은 해발 400m가 넘지만, 등산은 처음인 ‘등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진달래 산행은 대개 적석사, 청련사, 백련사 세 절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중 진달래 군락지와 가장 가까운 곳은 백련사다. 도보로 3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에 놓인 나무 데크길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에 놓인 나무 데크길

백련사를 지나 700m의 산길과 600m의 완만한 아스팔트 도로를 오르면 정상이 나타난다. 능선을 따라 길게 놓인 나무 데크길을 걸으면, 오른편으로 분홍빛 꽃물결이 너울거린다. 인생숏을 남기고 싶다면 전망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출 것. 전망대에서는 고려산을 가득 덮은 진달래와 강화도 일대, 한강, 임진강까지 시원한 화각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주소: 내가면 고천리 산131-2

 

●내 손 안에 작은 지구
관광두레, 시골정원

꽃길을 실컷 걸었다면, 이젠 꽃을 직접 만져 볼 차례. 강화군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된 시골정원은 다양한 실내 가드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원데이 클래스는 테라리움과 코케다마 만들기.
 

햇살 드는 오후, 시골정원이 가장 예쁘게 반짝이는 시간
햇살 드는 오후, 시골정원이 가장 예쁘게 반짝이는 시간

특히 테라리움은 관리가 쉬워 가드닝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테라리움을 만들 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섬세함과 집중력. 나만의 작은 지구를 창조한다는 책임감은 필수다. 테라리움을 만드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뚜껑이 있는 유리병 안쪽 가장자리에 배수층 역할을 하는 숯, 모래, 돌, 조개조각 등을 한 층씩 쌓는다. 원활한 물 빠짐을 위해 돌흙을 가운데에 채워 주고, 식물과 돌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흙을 쌓아 올린다. 마음에 드는 돌, 꽃, 이끼 등을 골라 흙 사이사이 넣고 물을 뿌려 가며 단단히 심어 준다. 마지막으로 피규어까지 올리면 끝. 만들어 놓고 보니, 정말 지구와 비슷하다.

한 시간 반이면 나만의 지구가 완성된다
한 시간 반이면 나만의 지구가 완성된다

유리병의 식물들은 투명한 병을 통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그 과정에서 수분을 증발시키면 병 내부에 수증기가 맺히고, 그렇게 떨어진 수분을 다시 양분 삼아 식물은 계속 자라난다. 자연의 생태계가 하나의 병 안에 담겨 있는 셈. 쏟은 정성만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배가 된다.   

주소: 강화읍 고비고개로95번길 51  
이용시간: 사전 예약 필수   
전화: 0507 1440 9876  
요금: 테라리움 원데이 클래스 7만원

 

▶등산 후엔 커피 한 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카페 헤밍웨이


백련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페 헤밍웨이. 고려산 진달래 축제를 즐긴 후 하산하는 길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기 딱 좋은 위치다. 스페셜티 커피만을 고집하는 카페 헤밍웨이는 핸드 드립 커피 종류만 약 10가지를 선보인다. 한 잔의 커피에도 바리스타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강점!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와플은 산미 있는 커피와 특히 잘 어울린다. 피자와 스파게티 등 간단한 음식도 판매하며,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신선한 원두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인천 강화군 하점면 고려산로61번길 41
영업시간: 매일 11:30~20:00 
전화: 032 933 3061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www.ga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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