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자가 뽑은 인생 숙소
여행기자가 뽑은 인생 숙소
  • 여행신문
  • 승인 202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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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가 1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6년 동안 여행하며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일방적으로 자랑 좀 하겠습니다.
그동안의 여행에서 만났던, <트래비> 기자들이 뽑은 인생 숙소를 소개합니다.

 

●Korea  
건강하고 행복할 것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PARK ROCHE Resort & Wellness, Jeongseon

| 이은지 기자 

사실 숙소는 여행 중 잠시 눈만 붙이는 곳이라 생각했다. 오늘 어디서 묵게 될지 계획 없이 떠나는 것이 나만의 여행 패턴이었다.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는 살면서 처음으로 오롯이 숙소를 즐기기 위해 향한 곳이었다. 객실은 숙암, 숙암 스위트, 가리왕 로열 스위트 등 5개 타입으로 나뉜다. 리조트가 위치한 숙암리와 가리왕산의 이름을 담았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포근한 침구가 맞이한다. 몸을 누이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어 버릴 것만 같다. 커튼을 걷으니 알파인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평창올림픽 때 이곳에서 묵었다고. 웰컴 드링크와 간식거리도 마련돼 있다. 오직 생과일만을 갈아 만든 쥬스와 잠이 솔솔 오는 차, 그리고 떡까지. 든든하면서도 세심한 마음씨다. 

숙소 안에서 즐기는 웰니스 여행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숙박객에게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요가 클래스에 참여해 마사지볼로 경직된 근육을 구석구석 풀었다. 만만히 보았건만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어느새 땀까지 삐질. 마무리 단계로 매트 위에 누워 숨을 셌다. “요가에서는 모든 사람의 호흡의 수가 정해져 있고, 그 숨을 다 쉬는 순간 생을 마감한다고 여겨요.” 선생님의 말씀에 최대한 깊게 호흡했다.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숨을 세는 데에만 집중했다. 정신이 맑아지고 근심이 사라졌다. 여행의 꽃은 사우나였다. 다소 차가운 밤바람과 뜨끈한 열기가 만나는 노천탕에서 신선놀음을 했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한 번 더 사우나로 향할 정도로 만족도 200%. 사우나와 연결된 야외 수영장과 프라이빗 자쿠지는 인생 사진을 건지기 딱 좋은 장소. 라이브러리에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도 좋고, 밤 9시가 되면 별을 볼 수 있도록 소등하니 루프톱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별을 세도 좋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것. 진정한 휴식이다.

Q 휴가로 이곳에 다시 머문다면 누구와 무엇을?
A 가족들과 함께 가리왕산이 보이는 청정 자연 속에서 프라이빗 자쿠지를 이용하겠다. 좋은 것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더니. 유독 가족들이 생각나는 숙소다.

 

●Thailand  
아주 도도한 스토리텔러
방콕 애틀랜타 호텔  The Atlanta Hotel Bangkok

| 천소현 기자 

모든 럭셔리 숙소를 버리고 이 호텔을 추천하는 건 편애의 산물일 수 있다. 그러니 기자의 양심으로 몇 가지 스포일러를 풀어놓아야겠다. 객실 대부분이 1박에 1,000~1,500바트(약 3만5,000원~5만4,000원)이니, 카오산의 일부 게스트하우스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은 이 호텔의 룸 컨디션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우선 낡았다. 1952년생이다. 외관은 공장 건물인 듯(실제 공장이었다) 허름하고 객실은 ‘기본(Basic)’이라는 단어를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단출하다. 금이 간 벽, 벗겨진 페인트 자국은 인테리어의 일부 같고 침대와 책상 하나씩이 가구의 전부다. 하지만 역사와 스토리, 개성과 원형의 힘을 존중하는 여행자에겐 이보다 더 흥미로운 호텔은 없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20년대 파리로 이동하게 된다. 섹시한 가죽 소파, 화려하지 않지만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바닥 타일의 과감한 패턴과 빨간 벽지는 농염하면서도 묵직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보여 준다. 수집이 아니라 역사다. 호텔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축약하면 사업가이자 스파이였던 호텔의 설립자 막스 헨 박사(Dr. Max Henn)가 화학 공장 옆 유휴공간을 게스트용 숙소로 사용한 것이 시작이다.

1950년대 오픈 당시에는 태국 최초로 수영장을 갖춘 고급 호텔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쇠락해 한동안 방치됐다가 지금은 최소한의 복구를 거쳐 버짓 호텔로 운영 중이다. 낡았지만 도도해서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수영장과 로비, 열대림이 우거진 정원, 100개 이상의 채식 메뉴를 갖춘 레스토랑을 자랑한다. 신문 스크랩과 맞먹는 크기와 두께의 레스토랑의 메뉴판은 편집증이 의심되는 자료 정리와 전시의 끝판왕이다.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태국인 특유의 친절한 미소는 이 호텔에서 파는 서비스가 아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위아래로 스캔을 당할 수 있다. 첫 번째 퇴출 대상은 ‘섹스 투어리스트’다. 문전박대의 대상이다. 싼 호텔이라고 얕잡아 보는 뜨내기도 꺼린다. “금액만큼만 기대하라. 싫으면 떠나라”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하지만 빗장은 단단하지 않다.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어요”라는 예의 바른 청(請)이면 스르륵 문이 열린다. 참고로, 나는 15박을 머물렀다.

Q 무척 까다롭게 들린다. 그래도 추천하는 이유는?
A 호텔 어딘가 붙어 있던 문구로 답을 대신하겠다. “This is the place you are looking for, if you know it. If you don’t, you’ll never find it.”


●Seychelles  
돈이 나의 행복을 만든다
세이셸 콘스탄스 에필리아  
Seychelles Constance Ephelia Resort

| 강화송 기자

자랑이다. 비싼 곳에서 남긴 비싼 추억. 여행지부터 세이셸이다. 그리고 리조트는 콘스탄스. 콘스탄스 리조트는 몰디브, 모리셔스, 세이셸,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리조트다. 그래서 이곳에는 기본적으로 바다가 있다. 떠올리는 바다보다 분명 훨씬 더 새파란 바다가 거기 있다.

세이셸에는 총 2개의 콘스탄스 에필리아 리조트가 있다. 마헤섬과 프랄린섬. 세이셸은 윌리엄 왕세손, 오바마 대통령, 베컴 부부 등 해외 유명인사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마헤섬 콘스탄스 에필리아 리조트는 거대한 열대정원 안쪽에 자리한다. 42개의 트로피컬 가든 뷰 룸, 184개의 주니어 스위트룸, 40개의 시니어 스위트룸, 17개의 패밀리 빌라, 16개의 비치 빌라, 8개의 힐사이드 빌라, 5개의 스파 빌라, 1개의 프레지덴셜 빌라. 꽤 많은 객실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지 면적이 워낙 넓은 탓에 어디를 이용하든 버기카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프라이빗하다. 낯선 아프리카에 홀로 남겨진 기분. 홀로 남겨졌지만 포근하고 안전한 느낌. 새가 울고 바람이 스치고 파도가 들리고 꽃이 있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비싼 룸은 패밀리 빌라, 힐 사이드 빌라 그다음으로는 프레지덴셜 빌라다. 모두 프라이빗 풀이 달려 있다. 수영장은 높은 담장에 쌓여 있고, 무엇보다 땅 전체가 콘스탄스 에필리아의 소유이기 때문에 나체로 수영해도 된다. 그 누구도 볼 수 없다. 수영장에서는 플로네 해상 국립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아프리카의 해가 바다를 비추고 야자를 비추고 나를 비춘다.

스파도 있다. 무려 44개의 싱글 트리트먼트 룸과 사우나, 자쿠지를 보유한 스파. 전화 한 통이면 스파 앞까지 버기카가 대령한다. 식사도 된다. 리조트 내 5개의 레스토랑과 5개의 바가 있다. 생선이 있고 고기가 있고 와인이 있고 치즈가 있다. 여행기자 생활을 하며 수도 없이 많은 호텔을 다녔다. 이곳을 최고의 기억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 비싼 하루였기 때문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샀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어느 바다를, 하늘을, 정글을, 이 모든 기억을.

Q 비싼 숙박비, 가성비를 따진다면?
A 꿈은 꿈이다. 무슨 소리냐, 꿈만으로는 인생의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꿈을 직접 경험해 봐야만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여행이 필요한 것이고, 돈을 크게 써 봐야 하는 것이다. 
라고 위로하며 오늘도 컵라면을 사 먹는다.

 

●Australia  
포도밭 위로 와인빛 노을 내려앉던 순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더 루이스  
South Australia Barossa, The Louise

| 김선주 기자 

내 인생 최고의 범주에 드는 숙소는 가장 아쉬웠던 곳들이다. 가족과 함께 누리지 못해 아쉽고 안타까웠던 숙소들. 어쩌랴, 일로 떠난 여행이었으니 미래의 가족여행 코스에 꾹 담아 놓고 종종 추억하는 수밖에…. 


미래 가족여행 숙소로 담아 둔 숙소 중 한 곳은 호주 남단, 그러니까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주에 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바로사(Barossa) 지역이 나오는데, 이곳의 대표적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로 이름이 난 ‘더 루이스(The Louise)’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는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호주 와인의 수도’라고 불리는데, 바로사는 바로 그 와인 수도의 수도라고 하면 딱 맞다. 1840년대 유럽 정착민들이 프랑스와 스페인의 포도나무 가지를 잘라 와 심은 게 바로사 와인 역사의 씨앗이 됐다. 180년 전의 씨앗은 이제 드넓은 포도밭과 150개 이상의 와이너리로 자랐다. 포도밭 규모만 130km²에 달한다. 서울 면적이 605km²이니 서울의 5분의 1 정도 크기인 셈이다. 당연히 와이너리 투어가 이곳의 대표적인 여행 코스다. 

더 루이스는 바로사 밸리 세펠츠필드 로드에 자리 잡고 있다. 아침부터 시작한 와이너리 투어에 한껏 얼근해진 후 초저녁 무렵에 도착했는데, 마침 와인빛 노을이 포도밭 위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더 루이스의 독립성 강한 객실마다 그 환상적인 와인빛 일몰을 가득 담아냈다. 홀로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니 어찌나 아내와 딸이 그립던지…. 꼭 다시 가고 싶은 인생 숙소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객실과 부대시설도 훌륭했다.

185m2에 달하는 투베드룸 프리미엄 스위트부터 스위트(100m2)까지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돼 있다. 고급 레스토랑 아펠라시옹(Appellation)의 와인 정찬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른 아침, ‘캥거루와 함께 아침 식사를(Breakfast with the roos)’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호주의 상징 캥거루를, 그것도 야생 캥거루를 만나고 나니, 꼭 가족과 함께 다시 오겠노라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Q 누구와 머무느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A 아주 자주 여행의 질은 동행자가 좌우한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들, 함께 공유하고 추억을 나눌 동행자가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

 

●Indonesia  
불운과 행운
발리 화이트 하우스  Bali White House

| 손고은 기자 

계획에 없던 발리 여행을 계획했다. 많이 지쳤고 크게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잠시 도망갈 곳이 필요했고 그게 발리(Bali)에서도 우붓(Ubud)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뜻밖의 지출에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여행을 계획하자니 씁쓸함이 밀려왔지만, 우붓에 위치한 숙소들은 자비로웠다. 넓고 깨끗한 독채 빌라를 몇 만원으로 예약할 수 있는 물가였으니.

화이트하우스는 아담한 크기의 야외 수영장과 이름 모를 초록 식물들로 꾸며진 소박한 정원을 가진 숙소였다. 7월 중순, 준성수기에 속하는 날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식사를 포함한 독채 빌라의 1박 요금은 약 3만원에 불과했다. 깔끔한 화이트 & 우드 톤 인테리어도, 시원하게 빠진 통유리창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우붓의 메인 스트리트인 하노만 거리(Hanoman street)와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안쪽에 위치한다. 여기까지는 화이트하우스의 매력 포인트다.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내리던 우붓의 날씨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헤어드라이어가 없어 습기를 머금은 채 잠을 청해야 했고,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해 초행길에 숙소를 찾느라 많이 헤맸다. 동네의 떠돌이 개를 자주 마주쳤고 주먹만 한 개구리가 방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까지는 화이트하우스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다소 불편한 단상이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숙소였지만 화이트하우스는 내게 작지만 큰 위로를 줬다. 나는 며칠 동안 화이트하우스에서 낭랑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사람들을 졸졸 따르는 고양이를 보며 조금 웃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을 만큼의 여백을 가진 숙소였다. 처음 만난 호스트에게 나는, 믿고 싶지 않은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발리에 오게 됐고, 내가 얼마나 큰 배신감에 절망했는지, 마음속 잿더미를 한바탕 쏟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역설적이게 내게 닥친 불운은 불운이 아니라 나의 선업 덕분에 벌어진 행운이라고, 절망할 일이 아니라 차라리 기뻐해도 될 일이라고 말해 줬다. 


그래서 나는 화이트하우스를 잊을 수 없다. 만약 ‘인생 숙소’가 단지 내가 경험한 최고급 숙소가 아니라 절대 잊지 못할 숙소라면, 나는 인생 숙소로(아직까지는) 화이트하우스를 떠올린다. 참고로 내가 경험한 가장 최상급 숙소는 아마도 프렌치폴리네시아제도의 보라보라섬에 위치한 세인트 레지스 보라보라 리조트(The St. Regis Bora Bora Resort)다.

 

Q 숙소를 고를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A 하얀 이불. 꽃무늬 이불도 싫고, 누빔 이불도 싫다. 무조건 하얗고 뽀송뽀송한 이불이 필요하다. 1박에 3만원만 받았던 화이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하얀 이불 때문이다. 

 

●Malaysia  
고작 야자수 때문에
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 앤 스파  
Shangri-La’s Rasa Ria Resort & Spa, Kota Kinabalu

| 곽서희 기자 

지구상에서 가장 설레는 나무가 있다면, 그건 야자수가 아닐까. 지긋지긋한 일상으로부터 날 분리시켜 줄 단 하나의 나무, 구원의 나무. 그해 여름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의 야자수는 유독 자극적이었다. 맛으로 치면 아찔하게 달달한 순도 100% 벌꿀 맛이랄까. 인생 숙소 선정 이유가 고작 야자수라니. 그런데 정말 그랬다.

오션 윙(Ocean Wing) 주니어 스위트 씨 뷰 룸에선 눈만 돌리면 야자수가 있었다. 객실마다 설치된 프라이빗 자쿠지에 벌렁 누워 있으면, 바다보다도 수영장을 둘러싼 야자수에 더 마음이 갔다. 밤이 되면 자쿠지 주변으로 블라인드를 치고 오붓하게 스파를 즐기곤 했는데, 밤바람에 야자수 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를 끝없이 간질였다. 그럴 때면 ‘진짜 휴가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가든 윙(Garden Wing) 건물에 위치한 커피 테라스(Coffee Terrace)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은 소문대로였다. 잎 끝이 귤빛으로 빛나는 야자수들이 지천에 있었다. 과연 뷰 맛집이라더니. 리뷰가 정확했다. 물론 조식 뷔페도 훌륭했지만, 정작 아침마다 요거트 한 입 제대로 먹기가 힘들었다. 야자수 덕에 미소가 자꾸 지어져서. 리조트 내 액티비티 프로그램 ‘정글 워크(Jungle Walk)’에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 뜨끈한 초콜릿을 발라 놓은 듯한 열대나무 풍경에 달콤한 웃음이 줄줄 흘렀다.

무엇보다 리조트는 일몰 때가 절정이었다.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3km의 프라이빗 비치는 오후 7시만 되면 노을빛으로 뒤덮였다. 바다도, 하늘도, 야자수도 전부 붉은 오렌지색 하나로 칠해지는 시간. 야자수야 전 세계 어느 휴양지의 리조트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고, 리조트 방문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내 생애 본 야자수 중 가장 아름다운 야자수를 나는 해가 지던 여름, 코타키나발루의 리조트에서 목격했다. 그때 직감했다. 수없이 많은 여행의 추억들 중 이곳만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숙소가 될 거라고. 그렇다. 이게 다 ‘고작’ 그 야자수 때문이다.

 

Q 리조트 액티비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오래 생각할 것도 없다. 무조건 카약.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온통 바다뿐인 세상. 노를 젓기만 하면 원하는 만큼 나아갈 수 있다. 너무 좋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자유’다. 


글·사진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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