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사관계진흥원안치현 노무사
한국노사관계진흥원
안치현 대표 노무사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에게 의사 소견서 없이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권고 수준이므로 회사에서 반드시 백신 휴가를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근로자가 백신 휴가를 요구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통증 등으로 근무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병가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회사에서 병가 사용에 대하여 자체적으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는 규정에 ‘병가’ 관련 내용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병가 규정이 없는 경우 회사는 백신 휴가나 병가 대신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고, 동조 제5항에 의거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이를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용자는 동법 제61조와 제62조에 따라 유급휴가의 대체가 아닌 경우 특정 시기를 지정해 근로자에게 휴가를 사용하도록 할 수 없다. 병가가 없어서 근로자가 먼저 연차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근로자의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회사가 임의로 연차를 처리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가 병가 규정을 만들 때 병가 사용 전 연차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노사약정에 따른 것으로 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병가 사용 시 다음 해 발생할 연차휴가까지 선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연차휴가 발생 여부가 불확정적이고,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휴양기회 제공 등을 위한 연차휴가의 취지에 반할 수 있으며, 향후 발생할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근로개선정책과4027). 근로자가 아파서 쉬겠다고 하면서 연차를 쓰지 않는다면 합의 결근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고, 유급으로 처리할지 여부는 회사가 재량껏 결정하면 된다. 

팬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근로자의 건강이 노무관리의 주요 이슈가 되었다. 백신 휴가의 실효성 논란 속 병가에 대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도입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휴식권’과 사업주의 ‘경영권’이 충돌되는 지점으로 보인다. 근로자와의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전 미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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