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선불 할부방식의 여행상품도 법률 적용
상조 회사의 적립식 크루즈 여행상품 등 정조준
선수금 50% 예치 등 부담, 일반 여행사도 영향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식 할부 판매 방식의 여행상품도 할부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픽사베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식 할부 판매 방식의 여행상품도 할부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픽사베이

 

‘선불 할부계약’ 방식의 여행상품도 관련 법률의 규율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여행업계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을 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선불식 할부계약으로 판매되는 여행상품도 새롭게 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할부거래법 규정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계약은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2회 이상에 걸쳐 나눠 지급한 뒤에 용역이나 재화를 받는 계약(제공시기가 확정된 경우는 제외)’이다. 현재는 ‘장례 또는 혼례를 위한 용역 및 재화’로 적용 대상이 한정돼 있다. 장기간에 걸쳐 분할 선납한 후 미래의 불확실한 시점에 서비스를 받는 상조상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법 적용 대상에 적립식 여행상품을 추가하는 게 이번 개정의 골자다. 공정위는 “여행상품 등에 대해서 대금을 선납하고 장래의 불확실한 시점에 공급 받더라도 법상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업체가 도산·폐업 하더라도 소비자는 납입한 금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상조회사 또는 상조회사 계열여행사가 상조상품의 부대 혜택으로 크루즈 여행상품을 적립식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게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3월 상조회사 계열 여행사였던 씨지투어가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는 형태로 크루즈 여행상품을  판매한 뒤 돌연 폐업해 역대급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소비자 피해규모는 약 560건 23억원에 달했다.

소비자 보호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자칫 사업자 부담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법 적용 대상이 될 경우, 등록자본금 15억원에 달하는 할부거래업에 등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리 받은 선수금의 50%를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조업계 일각에서도 현실을 외면한 법률 개정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선불 할부 방식의 여행상품 판매가 주로 상조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장 일반 여행사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적립식 여행상품으로 여행상품 종류와 판매방식을 다변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크루즈여행처럼 고가상품인 경우 선불식 할부 판매가 판매효율성 측면에서는 물론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며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고려해볼 수 있는 분야인데, 만약 할부거래업에 등록하고 선수금의 절반을 예치해야 한다면 부담이 너무 커서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사업자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4일까지 접수한 여행사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여행업계의 입장을 정리해 공정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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