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하나의 맛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동서의 문화가 식탁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으니. 풍부한 식재료에 다채로운 요리 기법들이 더해져 그야말로 미식의 향연. 밖에서 사먹는 식사 문화 덕에 홍콩은 인구 비율 대비 수많은 음식점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도 손꼽힌다. 

지난 3월 발표된 ‘2021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총 11개의 홍콩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현지 재료를 활용해 광둥요리를 만드는 더 체어맨(The Chairman)이 1위, 렁킹힌(Lung King Heen)이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렌치, 이탈리안 등 세계의 맛도 빠질 수 없다. 베아(Vea, 16위), 카프리스(Caprice, 28위), 8½ 오토 에 메조 봄바나(8½ Otto e Mezzo Bombana, 33위), 모노(Mono, 44위) 등이다. 미슐랭 더 플레이트부터 쓰리스타까지 다양한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5~6만원 선에서 알찬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홍콩관광청이 추천하는 홍콩 대표 음식 네 가지와 레스토랑을 만나보자.

광둥요리의 대표 주자, 딤섬

간단하면서도 무궁무진하다.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듯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전채 요리다. 크기부터 재료까지 워낙 다양한 덕에 종류만 200여가지에 달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하고 싶다면 삼수이포에 위치한 팀호완(Tim Ho Wan)으로 향하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하는 홍콩 대표 딤섬 가게다. 마성의 ‘단짠’을 선보이는 차슈바오(Baked Bun with BBQ Pork), 카스테라처럼 폭신폭신한 식감이 매력인 마라이고(Steamed Egg Cake)가 인기. 

 깔끔한 국물이 일품, 완탕면(雲吞麺)

든든하면서도 간편하다. 완탕면은 진하면서도 맑은 육수에 새우 완탕과 꼬들꼬들한 면을 곁들인 음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 내전을 피해 홍콩으로 온 피난민의 애환이 담겼다고. 몽콕 굿 호프 누들은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나무에 올라가 면을 반죽하는 홍콩 전통 에그 누들 제조법을 고수해 쫄깃한 면의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차슈

단짠의 진수다. 차슈는 고기에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양념을 바른 후 구워낸 요리다. 껍찔은 쫄깃하고, 고기는 부드럽다. 입안에서 육즙이 퍼진다. 매년 ‘홍콩 베스트 차슈 레스토랑’이 발표될 정도로 홍콩 사람들과 관광객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노스 포인트의 촙촙(Chop Chop)은 주성치의 영화 <식신>에 레시피 컨설팅으로 참여한 홍콩 4대 광둥 쉐프 다이렁이 운영하는 곳이다.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다고. 

차와 식사를 함께, 차찬탱(茶餐廳)

리얼 홍콩의 식사가 궁금하다면? 차찬탱을 맛보자. 저렴한 가격은 기본, 동양과 서양이 공존한다. 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광둥식으로 재해석한 독특한 메뉴들이 가득하다. 침사추이에 있는 미도 카페(Mido Cafe)는 1950년 오픈한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다. 녹색 창틀과 50년대 소품 등이 홍콩 특유의 예스러운 느낌을 준다. 빈티지한 모자이크 타일과 골동품들이 향수를 풍긴다. 홍차에 커피를 섞은 전통 밀크티와 두툼한 프렌치토스트의 조합이 일품.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