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검사비 10~15만원 개인 부담
항공스케줄 주1회로 여행일정 최소 7일
‘TRIP’ 지원 프로그램 혜택은 여행사만

 

지난달 30일 한국과 북마리아나제도 연방이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했다. 7월1일부터 시행된다 / 마리아나관광청
6월30일 한국과 북마리아나제도 연방이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했다. 7월1일부터 시행된다 / 마리아나관광청

우리나라 정부가 6월30일 북마리아나제도 연방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 7월1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자들은 7월부터 자가격리 없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준비 과정 등을 감안하면 실제 여행은 7말8초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트래블 버블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제한적이고 까다로운 여러 가지 조건들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정상적인 여행이 될까?

이번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 중 여행 시작 최소 2주 전 백신(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접종을 완료한 단체여행객은 자가격리 없이 북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할 수 있다. 자가격리가 면제되긴 하지만 여행의 장벽은 높다. 우선 여행자들은 ▲출국 72시간 전 ▲현지 도착 직후 ▲5일차 ▲한국 입국 72시간 전 ▲한국 입국 후 1일 내 ▲6~7일 이내(주소지 소재 보건소 또는 임시선별진료소 진단)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려 6번이나 된다. 또 현지 도착 직후 첫 번째 검사는 지정 시설에서 검사 후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검사비용의 경우, 북마리아나제도 주정부가 현지 PCR 검사 비용(1회 300달러)을 3회 모두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국 후 받아야하는 검사 비용만 무료이고 출국 전 검사 비용 10~15만원 상당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동선과 단체여행객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이번 협정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전담 여행사를 통해 사전 방역 안전을 확보한 동선으로 이동’하는 조건으로만 여행할 수 있다. 사실상 일정 수준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행사와 마리아나관광청이 조율·합의한 일정을 따르는 조건으로 일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윤곽이 없어 답답함을 키우고 있다. 또 트래블 버블에 해당하는 여행객 기준을 ‘백신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단체 여행객’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여행사가 출발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규모’라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여행사들이 협정 내용에 맞는 여행상품 구성하고 운영하기까지 상당한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현재 대부분의 여행사 사이트에는 기존 사이판 상품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일정 중 대부분은 ‘자유시간’이며 최소 출발 인원도 2인이다. 자유시간 동안 여행객들이 사전 방역 안전을 확보한 동선에서 이탈하는지 점검하고 관리하는 책임 소재가 여행사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아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에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해 상호 여행을 자유롭게 하는 협약이다. 하지만 이번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은 여러 가지 제약과 조건으로 트래블 버블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트래블 버블 협정이 아니더라도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 늘고 있고 코로나19 검사횟수도 더 적은 사례가 많아 '한-사이판 트래블 버블 무색론'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에는 공감하지만 여행 조건이 이렇게 복잡해지면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소비자들 문의도 늘겠지만 이러한 조건들을 듣고 나서도 실제로 여행을 결정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항공스케줄과 호텔 선택의 폭도 좁다. 인천-사이판 노선은 7월24일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7월29일부터 티웨이항공이 주1회 운항하기로 했다. 총 주3회인 셈이지만 각 항공사의 왕복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현지에서 최소 1주일을 체류해야 하고, 지정된 전용 숙소에서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현지의 일부 관광지와 호텔들이 여전히 영업을 중단한 상태인 점도 변수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이판 여행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마나가하섬을 오가는 배편은 7월1일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해당 관계자는 “배 운항을 재개하려면 보험 재가입, 재고용 등의 운영비 부담이 커 일단 운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호텔도 한국인 위주로 영업하던 곳 일부만 재개를 준비하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다만 “현지 식당들은 거주민 상대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7월1일 기준 사이판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마나가하섬으로 향하는 배편 운항은 중단됐으며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마나가하섬 / 여행신문 CB
7월1일 기준 사이판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마나가하섬으로 향하는 배편 운항은 중단됐으며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마나가하섬 / 여행신문 CB

 

여행사 통한 여행시 현금 지원

북마리아나제도 주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담은 TRIP(Travel Resumption Investment Plan)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TRIP은 한국인 여행자가 계획된 동선과 방역 조치 안에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PCR 검사 비용 ▲7일 이상 체류시 1인당 여행 경비 최대 1,500달러 선불카드 지급 ▲사이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시 치료비 전액 지원을 포함한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마리아나관광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예약해야 한다. 여행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곳들로,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프로그램 혜택을 상품에 표기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현재 개별적으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입국할 수 있음에도 개인 방문시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히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TRIP 프로그램과 관련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는 “여행사를 통해 상품을 예약하면 해당 플랫폼 안에서 여행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공지할 수 있게끔 내용을 정리하는 단계에 있다”며 “현지 내 동선,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하기 위한 모니터링 앱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6월30일 기준 북마리아나 제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83명으로 한 달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백신 2차 접종률은 63.8%이다.   

 

사이판 월드 리조트 산책로 포토존 / 여행신문 CB
사이판 월드 리조트 산책로 포토존 / 여행신문 CB

한국-북마리아나제도 트래블 협정 주요 내용

▲백신접종 완료 후 14일 경과한 단체 여행객 ▲예방접종증명서 및 출발 전 72시간 이내 음성확인서 제출 ▲현지 도착 당일 코로나19 검사 및 지정된 호텔 객실 내에서 대기 후 음성 확인 후 여행 ▲트래블 버블 전용 숙소 지정 ▲백신 접종완료 직원의 여행객 응대 ▲전담 여행사를 통해 사전 방역안전을 확보한 동선으로 이동 ▲현지 여행사를 통한 방역관리전담사 지정 및 확진자 대비 전담 병원 운영


TRIP 프로그램 지원금 상세 내역

▲코로나19 PCR 검사는 1회 300달러로 총 3회의 검사 비용 900달러를 전액 지원한다.
여행 경비는 1인당 최대 1,500달러를 지원한다. 다만 7일 이상 체류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되며, 해당 지원금은 섬 간 항공료, 숙박, 식음료, 쇼핑, 액티비티 등 사이판, 티니안, 로타섬에서 각각 최대 500달러씩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각 섬별로 500달러씩 지급되는 여행 경비로 3개의 섬 모두를 방문할 경우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지원금의 사용 가능 업장은 마리아나 보건당국과 WTTC(World Travel Tourism Council)가 인증한 안전여행 프로그램 지정 장소들로 모든 방역 조치가 완비된 곳이다. 여행 기간이 7일 미만인 여행객들은 최대 750달러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각 섬당 최대 250달러씩 사용 가능하다. 
▲사이판 입국 후 코로나19 확진시 치료비 전액을 북마리아나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