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하고 미국 여행...900만원~1,500만원
여행 가능해도 입국 후 자가격리 의무는 유효

 

국내에도 미국행 백신 관광 상품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왼쪽) / 여행신문 CB, 픽사베이
국내에도 미국행 백신 관광 상품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왼쪽) / 여행신문 CB, 픽사베이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하고 여행도 하고 돌아오는 이른바 '백신 관광' 상품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백신 물량이 여유로운 미국에서는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관광 상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행 백신 관광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관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상당한 데다 아직 해외 접종자들의 경우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실질적인 수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주 전문 여행사 '힐링베케이션'은 미국행 백신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상품은 백신 접종 횟수와 지역에 따라 나뉜다. 1·2차 접종을 원한다면 25박27일 장기 체류 상품을, 얀센 1회 접종 또는 국내에서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완료하고 교차 접종을 원한다면 9박11일 일정의 단기 체류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여행 지역과 일정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와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로 나뉜다. 힐링베케이션에 따르면 여행자들은 백신 종류과 일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접종일로부터 이틀 동안 호텔 내 한국인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상태를 확인받는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또 전체 일정 동안 여행자와 차량 기사 대상 1일 2회 체온 측정, 차량 방역 및 손 소독제 비치 등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백신 접종과 해외여행을 동시에 잡는다는 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할 부분도 상당하다. 우선 가격은 9박11일 일정 상품이 900만원, 25박27일 일정 상품이 1,5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항공료와 호텔 숙박료, 일정 중 일부 식사, 교통 등이 포함됐지만 자유 일정 중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개인 경비를 고려하면 예산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백신 접종을 해도 입국시 자가 격리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해외 백신 접종자의 경우 중요 사업상 목적이나 학술, 공익 목적, 인도주의적 차원, 재외국민이 한국에 거주하는 직계가족을 방문하는 경우에만 격리 면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출국해도 문제는 없지만 아직 자가격리라는 큰 산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백신 관광 상품은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힐링베케이션 관계자는 "미국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출시 이후 소수지만 50~60대를 중심으로 실제 예약도 접수됐다"고 27일 설명했다. 

멕시코나 태국 등 해외에서는 백신 관광 상품이 인기라는 점도 의미 있는 시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지난 4월에만 미국행 백신 관광 상품이 12만개에 달했고, 17만명 이상의 여행객들이 예약할 정도로 활발하게 판매됐었다.

한편 힐링베케이션은 몇몇 여행사 직원들이 모여서 최근 오픈한 여행사다. 미국 백신 관광 상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힐링베케이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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