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사랑스럽다. 한국인들에게 휴양지로 친숙한 보홀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역사 유적지가 존재하고, 눈 닿는 곳마다 맑고 깨끗한 자연이 펼쳐진다. 역사·문화적 배움과 역동적인 체험, 그리고 달콤한 휴식까지. 세부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이면 도착하니 접근성도 좋다. 아직 보홀의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주>

 

●역사투어로 보홀 알차게 담기


하루 만에 보홀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보홀의 주도 타그빌라란으로 가보자. 성 요셉 성당, 보홀국립박물관, 혈맹기념비, 바클레욘 성당 순으로 이동하면 최적화된 동선으로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타그빌라란 북서쪽에 있는 푼타 크루즈 감시탑도 함께 방문하면 좋다. 

성 요셉 성당 Saint Joseph Cathedral

성 요셉 성당은 타그빌라란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1787년 지어진 뒤 십여 년 만에 화재로 소실된 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재건을 통해 1855년 새롭게 태어났으며, 프레스코화를 그려 넣고 샹들리에를 추가해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외부와 내부는 하얀 빛으로 전체적으로 밝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1945년에 진행한 보수 공사로 산호석 내부 장식, 앤티크한 나무 바닥 등 초기의 모습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보홀국립박물관 National Museum Bohol Branch Tagbilaran City

한 지역의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깊이는 더해진다. 보홀국립박물관은 필리핀국립박물관의 보홀 지부로, 자연·문화·역사 등 중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옛 타그빌라란 국회의사당 건물을 재활용해, 커다란 산호 돌 블록을 사용한 독특한 외관이 돋보인다. 2012년 중요문화재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3년 지진으로 파손됐던 일부분은 문화유산 복원 프로그램을 통해 말끔히 복원했다. 다양한 전시도 만날 수 있다. 비사야지역의 국가유산 복구·보존·복원 및 재건 프로그램을 다룬 ‘Pagbanhaw’, 필리핀의 역사, 이정표, 지리 및 문화 전통을 보여주는 필리핀우편공사 우표 전시회인 ‘Pamana’ 등이다. 

혈맹기념비 Blood Compact Shrine

아시아인과 백인의 우의를 엿볼 수 있는 곳. 1565년 이곳에서 보홀라노의 족장과 스페인 왕의 대리인이 피를 나눠 우호조약을 맺었다. 각자 손을 베어 포도주가 담긴 컵에 핏방울을 떨어트려 마셨다고. 매년 ‘산두고(Sandugo)’, 혹은 ‘하나의피(One Blood)’라는 거대한 축제를 열어 조약을 재연하기도 한다. 축제는 보통 7월 중에 개최된다. 

바클레욘 성당 Baclayon Church

1596년에 지어진 바클레욘 성당은 보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스페인 선교사들이 정착하면서 세운 곳으로, 유서 깊은 유적지이자 잘 보존된 건축물로 필리핀 내에서도 손꼽힌다. 지진과 화재로 고초를 겪은 뒤, 약 200여명의 원주민들이 강제로 재건에 이용되는 아픈 역사를 품고 1727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웅장한 외관은 산호석과 계란 흰자로 만들어졌다고. 옆에 있는 오래된 수녀원에서는 16세기 종교 유물을 보관한 작은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상아 그리스도 상, 아라곤왕국의 캐서린 왕비가 선물했다고 전해지는 축복받은 성모의 동상 등을 보유하고 있다. 

ⓒ Lourd Pocon
ⓒ Lourd Pocon

푼타 크루즈 감시탑 Punta Cruz Watchtower

마리보족에 위치한 푼타 크루즈 감시탑은 18세기 말 모로(무슬림) 침입자를 감시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역민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넓은 방어망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 유일한 이등변삼각형 모양 건축물로, 보홀 해협과 인근 세부섬을 조망할 수 있다. 푼타 크루즈 감시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침입자들이 공격하려고 할 때마다 바다를 마주하고 세워진 거대한 나무 십자가에서 빛이 발산된다고 믿었다. 눈부신 빛 때문에 땅을 볼 수조차 없던 침입자들은 결국 해안선에 접근조차 불가능했다는 전설이다. 훌륭한 전망을 제공하며,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관광명소로 불린다. 

 

●액티비티로 신나게 보홀 탐험


맑고 깨끗한 자연을 보면 오감이 먼저 반응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고, 온몸으로 부딪혀도 좋다. 수많은 언덕이 자태를 뽐내는 초콜릿 힐, 청정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 떼, 밤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반짝이는 반딧불까지. 보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즐겨도 모자라다. 

초콜릿 힐
초콜릿 힐

옹기종기 초콜릿 힐

아담한 언덕들이 옹기종기 모여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낸다. 보홀섬 중앙에 위치한 초콜릿 힐은 키세스 초콜릿을 닮은 모양 덕에 달콤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그 수가 무려 1,270여개에 달하는데 일정한 모양의 언덕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바다 속에 퇴적된 산호섬들이 융기해 만들어진 지형으로, 평소에는 초록빛을 띠지만 건기에는 잎이 마르면서 진한 갈색으로 변해 더욱 초콜릿을 닮게 된다. 이 동화 같은 풍경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먼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살았다. ‘알로야’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 했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사랑에 눈이 먼 아로고는 자신의 손에 알로야를 쥐고 도망치지만, 너무 꽉 쥔 나머지 알로야가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아로고는 며칠 밤을 울었고 그의 눈물이 땅에 닿으면서 초콜릿 힐이 되었다고 한다.

초콜릿 힐

초콜릿 힐의 웅장한 모습을 보려면 전망대로 향하자.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21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데이에 맞춘 것이라고. 정상에 오르면 원뿔모양 언덕들이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진다. 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직접 달려보자. 사륜 오토바이를 빌려 초콜릿 힐 속을 누빌 수 있다. 울퉁불퉁한 길은 핸들을 꽉 잡지 않으면 튕겨져 나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어딜 보아도 거대한 언덕이 감싸고 있는 풍경은 위에서 내려다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 현지 가이드와 함께라면 포토존에서 원근감을 이용해 센스만점 사진을 연출할 수도 있다.

타르시어

보홀의 마스코트와 만나요

타르시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다. 성인 남자 주먹 하나만한 크기에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한다. 마치 안경을 쓴 듯한 모습에 안경원숭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보홀과 인도네시아 일부에서밖에 살지 않는 멸종위기종으로, 서식지를 억지로 옮기면 목숨을 끊어버릴 만큼 예민해 필리핀 정부가 지정한 보호구역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나무에 매달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작은 도마뱀 등을 잡아먹고 산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귀엽다는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돌고래 떼
돌고래 떼

자유로울수록 아름답다. 보홀에서는 마음껏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다. 아침 5~6시경 알로나 비치에서 20분 정도 방카를 타고 가면 곳곳에서 돌고래가 튀어 오른다. 역동적인 돌고래의 움직임에 고개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돌고래 떼는 반짝이는 수면 사이로 여기저기 퐁퐁 튀어 오르고는 빠르게 물속으로 사라진다. 

발리카삭
발리카삭
발리카삭
발리카삭

발리카삭은 보홀 최고의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은 필수. 투명하고 잔잔한 바다는 초보 다이버라도 부담이 없다. 풍덩 뛰어들면 산호초와 열대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열대어 떼들은 눈앞에서 춤을 추다 이내 말미잘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기도 한다. 마침내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발리카삭 거북. 운이 좋으면 한 번 입수에 20마리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고. 수초를 뜯어먹다 호흡을 위해 천천히 수면 위로 오르는 거북이의 모습은 크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알로나비치
알로나비치

다정한 알로나, 다정한 바다

무명의 해변은 한 배우를 만나고 이름을 찾았다. 바로 팡라오 섬 남서쪽에 위치한 알로나 비치다. 1973년 필리핀의 유명 여배우 알로나 알레그레가 이곳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는 다정한 성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이후 이곳은 알로나 비치로 불리게 된다. 알로나 비치의 물빛은 바라보기만 해도 영롱하고 아름다워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푸르면서도 따뜻한 색은 아무 걱정 없이 둥둥 떠다니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해변 곳곳에는 비치 마사지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눅눅한 마사지 침대에 누워 마사지사의 손길에 온몸을 맡기다보면 이내 꿀잠에 빠진다. 노을조차 낭만적이다. 해질 무렵 알로나 비치는 은은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바닷가를 따라 테이블이 깔리고,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말랑하고도 경쾌한 필리피노의 목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촉촉이 젖어 들어갈 수도.  

아바탄강
아바탄강

반짝이는 하루의 마무리

오롯이 자연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 기다린다. 해질 무렵 카약을 타고 아바탄 강을 누비는 일이다. 씨앗 모양의 배에 앉아 힘껏 노를 저어보자. 손을 뻗으면 물살이 닿을 만큼 가까워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강을 20여 분 거슬러 올라가면 울창한 맹그로브 나무 터널에 도착한다. 기이한 모양의 뿌리들이 엉켜 있는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비현실적이다. 축축하면서도 상쾌한 숲의 냄새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니 마음껏 들이마셔도 좋다. 어둠이 찾아오고 환한 달빛이 강을 비춘다. 커다란 맹그로브 나무가 반짝일 시간이다. 카약 투어의 하이라이트 반딧불이다. 수천만 마리의 반딧불이 나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듯 잔잔히 반짝인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면 반딧불을 코앞에서 보는 마술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밤하늘에 반딧불이 뜨고, 나무에는 별이 나는 밤이다. 보홀은 이다지도 반짝인다.

 

●Interview 
중앙비사야지역관광부 샤리마 호퍼 타마노(Shahlimar Hofer Tamano) 7지역 지사장 
“관광산업종사자 백신접종으로 안전한 보홀”

-현재 보홀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보홀 지역 관광산업 종사자 5,000명 이상이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필리핀 정부는 보홀 관광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1만개의 추가 백신을 할당하기도 했다. 현재 필리핀 내국인들의 보홀 여행이 가능하며,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접촉자 추적용 QR코드 생성을 위한 개인정보 등록도 필수다. 현재 신규 확진자보다 치료를 받고 회복기에 접어든 인원이 더 많으며,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하루빨리 관광산업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홀을 찾은 한국인들은 얼마나 되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보홀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총 39만4,204명이다. 특히 2018년 한 해만 14만6,305명에 달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보홀을 찾아주셨던 만큼, 코로나가 최대한 빨리 종식되어 다시 한국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리핀의 강점인 따뜻한 환대와 다양한 관광 콘텐츠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겠다.


-보홀하면 액티비티를 빼놓을 수 없다. 

필리핀에서 다이빙은 무조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리카삭과 팡라오섬에서 수중 탐험을 하며 수많은 해양 생물을 관찰하고, 파밀라칸섬에서는 운이 좋으면 수영을 하며 돌고래와 교감할 수도 있다. 타르시어 보호구역에서는 안경원숭이라고도 불리는 타르시어를 만날 수 있으며, 로복강 크루즈, 알리시아 파노라마 공원의 산책로도 좋다. 다나오 어드벤처 파크는 짚라인, 스카이 라이드, 낙하 스윙 동굴 탐험, 카약킹 등 수많은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다. 


-추천하고 싶은 사진 스폿과 맛집이 있다면. 

수많은 언덕이 펼쳐진 초콜릿힐은 필리핀에서도 지질학적으로 가장 신비로운 곳에 속한다. 도로 양 옆으로 마호가니 나무들이 즐비한 맨 메이드 포레스트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좋다. 현지 맛집으로는 제라다를 추천한다. 최고의 필리핀 가정식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직접 기른 농산물로 요리하는 비타 이솔라, 꽃 샐러드가 유명한 보홀 벌 농장, 신선한 해산물과 데이트 코스로 인기인 타르시어 파프리카도 훌륭하다. 

 

자료제공=필리핀 중앙비사야지역관광부
정리=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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