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여행 상품가가 1인당 20만원 인상됐습니다” 꿈같은 휴가를 앞두고 갑자기 받은 문자다. 일방적으로 항공사에서 항공료를 15만원 인상하고, 현지 리조트에서 조식비 5만원을 필수 포함했기 때문이란다. 여행상품을 40만원대에 예약했으니 무려 50%나 인상된 셈이다. 바로 여행사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통에 불이라도 난 듯 연결조차 어려웠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여행상품가 인상이 법적으로 가능할까?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11조에 따르면, 이용운송·숙박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금이 계약체결시보다 5% 이상 증감한 경우 여행사는 증감된 범위 내에서 여행요금을 소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단, 출발 15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 약관상으로도 문제가 없으니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고민조차 없이 인상금액을 추가 입금하고 출발을 확정지었다. 애초에 관광청 지원을 받아 파격적인 가격인데다 올해 말까지 좌석이 없어서 못 가는 지경이니 말이다.
가격을 우선순위에 두고 예약한 고객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여행업 관계자는 “항공료가 도중에 인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 정도로 저가였으면 여행사든 항공사든 ‘항공사 지원금’을 받는다는 가정 하에 가격을 책정한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현재 마리아나관광청은 탑승객이 일정 기준에 미달될 경우 항공사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말까지 풀부킹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꽤 설득력 있는 가정이다. 하지만 여행사, 항공사, 현지 리조트 세 업체가 얽힌 복잡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인상된 요금을 떠안은 건 고객이다.
코로나 시대 가장 큰 난관은 ‘불확실성’이다. 긴 침체기 끝에 여행업계는 이제야 조금씩 시동을 거는 단계지만, 변수가 많다보니 한 치 앞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과도기이지만 업계의 혼란이 고객의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여행업계는 여행자 불편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다. 가격, 현지 상황 등의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상품을 구성하고, 고객이 납득 가능한 설명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오고 있는 여행을 준비하는 자세는 어떤가. 부디 여행자들의 여행에 대한 열망이 유일한 대책은 아니길 바란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