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11월이면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다. 지금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해외여행이 가능하지만, 11월 이후 출국하는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분명 거쳐야 할 단계가 늘어났지만, 여행 심리를 억누를 정도는 아니다. 2021년 10월 프랑스 파리를 통해 지금의 현지 모습과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살펴봤다.

풀만 몽파르나스 호텔에서 바라본 파리

백신패스’ 여권만큼 필수

프랑스는 현재 높은 백신 접종률(18세 이상 88%, 10월27일 기준)과 백신패스를(Pass Sanitaire) 바탕으로 일상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인 입국도 환영하고 있다. 한국 등 녹색국가에서 출발한 외국인은 프랑스 입국 시 의무 격리에서 제외되고, 백신패스만 지참하면 자유로운 여행도 가능하다. 백신패스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실을 확인하는 QR코드 형식의 디지털 증명서이며, 비유럽 외국인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선 레스토랑, 카페 외에도 박물관, 공연장, 놀이공원, 스포츠시설 같은 공공시설을 방문하거나 기차와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수적으로 백신패스를 지참해야 한다. 백신패스 확인에 불응할 경우,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니 여행자에겐 여권만큼이나 중요하다.

보건패스는 프랑스 내 약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최대 36유로(한화 약 4만9,000원)다. 11월5일부터 유학생, 프랑스 현지 거주자를 제외한 모든 비 EU 국적자(만 12세 이상)는 여권과 영문 백신 접종증명서 원본을 지참해 약국을 방문하면 된다. 프랑스가 인정하는 백신 종류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얀센이다. 보건패스를 받은 후 서류에 있는 QR코드를 모바일 앱 TourAntiCovid에 입력하면 된다. 물론 서류로 지참해도 되지만, 분실 우려가 있으니 앱을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다만, 백신패스 발급 절차 등은 현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프랑스 외교부·관광청 등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프랑스 보건패스 / 김진 작가

입국심사 걱정 말아요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 후 입국심사는 어떨까.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입국심사를 받기 위한 대기 인원이 꽤 많았다. 유럽 국가 간 백신패스가 통용되므로 이미 여행이 활성화된 분위기를 공항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입국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심사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귀국행 티켓만 확인한 후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통과했다. 

‘노마스크’ 얼마 만이야!

백신패스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야외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대중교통과 박물관, 백화점 같은 실내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적이다.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135유로(한화 약 13만8,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파리 지하철이나 박물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밖으로 나가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노마스크가 다시 일상이 된 셈이다. 

카루젤 개선문 부근, 현지인들이 노마스크로 일상을 누리고 있다 / 김진 작가

파리가 당신을 환영합니다

유럽 의약품청과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코비쉴드다. 우리 국민이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다 포함된 만큼 한국인의 여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파리 현지 가이드도 한국인의 투어 요청이 10월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인근 유럽 국가에서 온 여행자들이 프랑스 여행을 채우고 있다.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주변에서 쉽게 들었다. 코로나19로 동양인 인종차별 뉴스를 종종 접하지만, 파리에선 기우였다. 오히려 다시 돌아온 관광객에 따뜻한 환대와 친절이 나를 반겼다. 우려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파리에 더 빠져들었다. 참, 아직 중국 백신으로는 백신 패스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국인 여행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센강 유람선 / 김진 작가

낭만과 활기가 넘치는 파리

위드 코로나가 자리 잡은 파리는 예전과 똑같이 낭만과 활기가 넘쳤다. 대표 명소인 에펠탑, 몽마르트르, 샹젤리제 거리, 마레지구는 서로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루브르 박물관은 줄이 너무 길어 입장하려면 꽤 큰 각오가 필요했다. 튈르리 정원이나 뤽상부르 공원 벤치엔 자리가 없었고, 일상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해가 저물면 더 생동감이 넘쳤다. 센강 야간 유람선은 만석이었고, 주변 관광명소도 인파로 가득 찼다. 

맑은 날의 사크레쾨르대성당 / 김진 작가

꼭 알아둬야 할 신상 여행지

매년 9,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던 파리가 코로나19로 잠시 쉬는 시간을 보냈다. 마냥 멈춰있던 건 아니다. 새로운 관광지와 시설을 오픈하면서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고, 꼭 가봐야 할 공간은 더 늘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이다. 파리 도심 레알(Les Halles) 지역에 자리한 상업 거래소는 150년 넘게 프랑스 경제의 상징이었다. 지난 3년간 현대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했고 올해 문을 열었다. 피노 컬렉션이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것은 현대 건축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건물 리노베이션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돔 홀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벽으로 커다란 원기둥을 쌓아 모듈을 나눠 갤러리로 조성했다. 전시 작품은 모두 케링 그룹의 회장이자 슈퍼 콜렉터로 불리는 프랑스와 피노의 아트 컬렉션이다. 지금껏 파리 미술관 하면 루브르, 오르세를 떠올렸다면, 이젠 피노 컬렉션도 기억해야 한다.

피노 컬렉션 / 김진 작가

백화점의 고향, 파리에서 대중적인 백화점의 역사를 연 사마리텐(Samaritaine)은 올해 오픈 151주년을 맞았다. 프랑스 혁명 후 시민들이 상공업을 주도하는 분위기 속에 크게 성장한 사마리텐은 무려 16년의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관을 유리로 감싼 리볼리(Rivoli) 건물이다. 물결 모양의 유리 파사드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이어지는 거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건물인 퐁뇌프 본관이 명품 브랜드와 유럽 최대 규모의 화장품 매장으로 이뤄졌다면, 리볼리 건물엔 트렌드를 반영한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파리의 건축과 예술, 상공업 역사를 알려주는 투어도 있다. 사전 신청 시 한국어 가이드 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비용은 인당 15유로(한화 약 2만300원)다.

사마리텐 백화점의 유리파사드 건물 '리볼리' / 김진 작가
사마리텐 백화점의 유리파사드 건물 '리볼리' / 김진 작가

마지막으로 박물관 ‘오텔 드 라 마린(Hôtel de la Marine)’이다. 이곳은 원래 왕실의 가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됐다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해군의 집무실로 활용됐다. 프랑스어로 Hôtel은 과거에 귀족이 지내던 저택을 뜻하기도 한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공간의 콘셉트를 정의하자면, 해군의 역사를 지닌 작은 베르사유 궁전이다. 내부 홀로 들어가면 극도로 화려한 가구와 거울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어 15세기 귀족의 호화로운 삶을 엿볼 수 있다. 귀족들이 춤추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대형 유리화면으로 재현해 생동감을 더했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지 못한다면, 오텔 드 라 마린을 대안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오텔 드 라 마린 / 김진 작가

한국 입국 후 격리 면제되려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는 PCR 음성확인서가 필수다. 출국 72시간 이내에 현지에서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출국공항에서 먼저 보여줘야 하며,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제출해야만 한국에서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에서 직접 검사소를 찾아가 PCR 검사를 받으면 되는데, 비용은 평균 40~50유로(한화 약 5만4,000원~6만8,000원)이며, 한글이나 영문으로 작성된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에서 면제되려면 현지에서 받은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 김진 작가

여행+
파리 with 에어프랑스

파리로 가는 12시간의 비행은 에어프랑스와 함께 하는 게 좋겠다. 에어프랑스는 2021년 ‘스카이트랙스 월드 에어라인 어워즈’에서 유럽 최고의 항공사, 코로나19 대응 우수 항공사로 선정된 명품 항공사다. 

에어프랑스는 올해 12월 말까지 인천-파리 노선을 주 3회(월·목·토) 운항하며, 위드 코로나로 급증하는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새로운 라운지도 개관했다. 클라란스 스파와 샤워실, 탈의실을 갖춰 완벽한 휴식을 제공한다. 철저한 방역 소독은 물론 모든 승객에게 마스크와 살균 티슈를 나눠주고 있다. 

게다가 에어프랑스의 탄소 중립 도전 등 친환경 발걸음도 주목할 만하다. 저탄소 배출 항공기인 A350을 도입해 무게를 최대 67%까지 줄였고, 연료 소비도 25% 절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0%를 실현하기 위해 기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도 사용하지 않는다.

에어프랑스의 새로운 라운지 / 에어프랑스

프랑스 파리 글·사진=김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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