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① 하노버에서 베를린으로-현대사의 마지막 주인공 베를린
② 베를린에서 라이프치히로-2000년 독일 관광 테마 ‘바흐 서거 250주년'
③ 라이프치히에서 드레스덴으로-‘엘베강의 플로렌스' 드레스덴

통일동독 첫번째관문, 베를린
통일 독일, 그리고 그 후 10년. 한없이 부러운 마음을 가슴속에 숨긴 채 베를린-포츠담-데
사우-라이프치히-드레스덴으로 이어지는 옛 동독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음달 12일에 평양을 방문하는 김대통령은 이 길을 가보았을까?

젊음과 역사가 “나란히 나란히”
독일 연방 공화국은 16개의 연방주로 구성돼 있다. 각 주는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남쪽부터 바덴-뷔르템베르크(수도: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뮌헨), 자르란트(자르브뤼켄), 라
인란트-팔츠(마인츠), 헤센(비스바덴), 튀링엔(에어풀트), 작센(드레스덴), 노르트라인-베스트
팔렌(뒤셀도르프), 작센-안할트(마그데부르크), 브란덴부르크(포츠담), 베를린, 니더작센(하노
버), 브레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슈베린), 슐레스비히-홀스타인(키엘)州 순으로 간신히
맞춰놓은 퍼즐처럼 서로 의지하고 있다.
잘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중 지난 1989년 이후 새로 독일 연방공화국 주에 편입된 5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브란덴부르크, 작센-안할트, 작센, 튀링엔 주.
대강 예전 서독 면적의 3분의 1이 덧붙여진 셈이다.
89년 이후라는 말은 이 5개 지역이 소위 동독(東獨)지역, 즉 불과 10여년전 만해도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 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하노버발 베를린행 열차중 가장 빠르다는 ICE(InterCity Express)를 타고 가는 길은 구 서
독 니더작센주와 구 동독 작센-안할트주의 경계를 통과한다. 생각보다는 별 감흥이 없다.
10년의 세월 탓일까? 스쳐지나가듯 경계를 훌쩍 넘어버린 최대속도 280km/h의 초고속열차
ICE는 어느새 작센-안할트주의 주도 마그데부르크를 지나 브란덴부르크주의 포츠담을 향하
고 있다. 베를린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ICE를 타보니 ‘왜 ICE가 아니고 TGV였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ICE는 아쉽게도 한국
초고속열차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독일의 ICE는 영원한 경쟁국이며 초고속열차에서도 경
쟁상대인 프랑스 TGV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한
국 진출과 더 원대한 계획인 유라시아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일단 접어야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안 일이지만, TGV는 있고 ICE는 없는 그 무엇이 최근 ‘로비스트란 무엇인가'라
는 원론적 물음과 함께 한창 밝혀지고 있었고 논리적 민족으로 유명한 독일인들은 그 비논
리적 선정작업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베를린의 두 역사(驛舍) 중 중앙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원(Zoologischer Garten)'역에서
독일관광전 참가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폐허였다. 드디어 기대하던 장면이다. 프랑크푸르
트처럼 초고층빌딩이 많지 않은 까닭에 열차가 도착한 ‘동물원역' 역사 2층에서는 첨탑의
대부분이 손실된 옛 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빌헬름 황제 추모 교회(Kaiser
Wilhelm Memorial Church).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이 유명한 베를린의 상징은
역사 바깥에서 보니 그 손상된 정도가 더 심해 보였다. 건설시기가 기차역이 먼저인지, 교회
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베를린에 대한 최초의 인상을 받는 곳이 ‘동물
원역’ 앞 바로 이 곳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건물의 배치는 참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그런데 이내 바보같다고 여긴 생각이 바보같은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일행을
태운 버스가 독일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활기찬 젊은이들로 넘치는 로스앤젤레스 플라츠
(Platz: 광장)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놀라움은 항상 대비되는 것이 있을 때 배가된다는 것
을 잊고 있었던가. 넓은 대로, 거대한 역사적 유물들, 복잡한 교통 그리고 최신 유행을 따르
는 젊은이들. 후에 포츠다머플라츠(포츠담 광장)의 재개발 지역을 방문하고 나서야 이 도시
의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과 잔존과 기다림.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베를린은 파리를 능가하는 관광객 흡인력을
보일 것이다. 파리가 가진 모든 것을 갖춰가고 있고 파리가 가지지 못한 것, 현대의 대역사
를 가졌기 때문이다.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ruger Tor)에서 황금 천사를 받치고 있는 보불전쟁 전승기념탑()까
지의 6월거리(Juni Straβe)는 개선문에서 오벨리스크까지의 샹젤리제 거리를, 한창 재개발
중인 포츠다머플라츠는 프랑스의 신도시 라데팡스를 본의든 아니든 쫓고 있었다. 뿐만아니
라 이제는 몇몇 화가들의 벽화와 함께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과 옛 동베를린의 시가지로 대
표되는 ‘통독'이라는 20세기 마지막 사건이 베를린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에 양념처럼 뿌
려지고 있다. 이제 유럽대륙은 파리-로마-베를린으로 이어지는 황금 트라이앵글체제를 거의
갖춰가고 있었다.
독일 베를린=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포츠담 광장 세계적 금융·문화 중심지로 변모
베를린 서남쪽 포츠담시(市)는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수도이다. 포
츠담을 도시로 알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을 알고 있는 사람들
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7월25일, 미·영·중 3개국 수뇌가 모여
일본에 항복을 권고하고 전후 일제처리방안을 논의했던 바로 그곳이기 때문에 특히 한국인
들에게 의미가 있는걸까.
통일전 베를린 장벽이 있던 이곳 포츠담 광장이 지금 세계적인 금융, 문화의 중심으로 변모
하고 있다. 아직 광장 전체를 진동하는 굴삭기와 드릴의 소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완공
후의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빨간색 포스트 박스(Post Box)에 올라서면 도시계획의 새
로운 전형을 보여준다는 포츠담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포츠담이 파리의 라데팡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라데팡스가 새로운 건축물들을
파리를 피해 옮겨놓은 신도시가 된 것처럼 포츠담도 이미 소니 건물을 포함한 완공된 몇 개
의 산업 및 문화 건축물들을 볼 때 베를린 시내의 석조건물들 사이에 놓여 미관을 해치지
않게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관광지를 두 곳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많은 유·무명 예술가들의 기지와 재치가 번득이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처절했던 역사의 중심에 가로놓여있던 베를린 장벽을 문화적 공간으로 바꿔놓
았다.
대개 베를린 장벽을 담장하나로 착각하기 쉽지만 동독쪽에서는 오히려 이중 철조망이나 공
간적 개념으로 인식됐다. 왜냐하면 서베를린에서는 담장만 보였지만 동베를린에서는 이중
철조망과 저 멀리의 담장으로 이뤄진 하나의 구역(Zone)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는 서독과 자유주의 국가 예술인들
의 그림판이었지만 지금은 동독쪽 벽면에도 많은 예술가들의 그림이 펼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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