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뉴질랜드를 가리켜 ‘자연의 보석상자’라고들 한다. 이 말에는 길게 떠 있는 구름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는 미지의 섬, 뉴질랜드에 대한 동경이 진하게 묻어 있다. 허락되지 않은 금기에 손을 뻗는 판도라가 된 듯한 설레임으로 열어 본 뉴질랜드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반짝였다.

소박한 사람들이 그림같이 사는곳
남섬의 동쪽, 캔터베리 평야에 위치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는 남섬의 관문과 같은 지역이다. 지명은 영국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동문들이 이곳을 개발한 데서 유래한다. 남섬 최대의 도시이지만 인구는 35만 명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영화 고질라와 같이‘중요한 것은 크기다(Size does matter)’라는 식의 발상에 익숙한 여행객이라면 아담한 시내 풍경에 다소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라이스트 처치의 매력은 인구수가 아니라 다른 점에 있다. 바로 ‘영국이 아닌 곳에서 가장 영국적인 곳’ 이라는 평에서 그 매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뉴질랜드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즈음엔 하루종일 얼굴을 잔뜩 구기고 부슬거리는 잔비를 뿌리는 어둔 하늘까지 영국과 비슷한 것 같다.
다만 다소 무뚝뚝할 것 같은 영국인들에 비해 뉴질랜드 전체를 비롯한 크라이스트 처치 사람들은 여행객에게 너무나 친절하고 정겹다. 현지에 이민 온 한 한국 여성의 귀띔에 따르면, 뉴질랜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문화가 혼재해 살아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이민해 온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오히려 선생님이 영어 이름보다 원래의 이름을 사용하라고 권장할 정도라고 하니 이해가 된다.

도시의 중심 케세드럴 대성당
이제 크라이스트 처치의 매력을 하나씩 꼽아 본다. 우선, 크라이스트 처치의 중심을 잡아주는 시티 포인트(City Point)는 케세드럴 스퀘어(Cathedral Square)에 자리잡고 있는 대성당(The Cathedral)이다. 대성당과‘존 로버트 고들리 상(The statue of John Robert Godely)’이 내려다보고 있는 광장은 여유로움과 낭만으로 충만하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무명 악사, 샌드위치를 사는 사람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성당의 고풍스러움을 담아 가고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여행객들, 커다란 털복숭이 개와 산책하는 노부부…. 이 모든 이들이 자연스런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대성당에 올라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너무나 가정적인 남자들
광장 주변에 즐비한 각종 상점, 밀레니엄, 그랜드첸슬러, 헤리티지 등의 호텔과 항공사, 면세점, 우체국, 레스토랑 등도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밤이 되면 이 거리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여성 여행객이 활보해도 안심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 밤만 되면 뉴질랜드 전역이 다른 곳보다 유난히 더 적막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나라에는 우리 나라와 같은 ‘밤의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밤엔 2차, 3차를 외치며 술자리를 즐기는 문화가 지배적이라면 뉴질랜드의 밤엔 가족단위로 즐기는 저녁 식사며 놀이가 문화의 주류를 이룬다. 또한 암컷 대신 알을 품는다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새 ‘키위(Kiwi)’를 닮은 것인지, 뉴질랜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상당히 순종적(?)이며 가사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시민의 쉼터 해글리공원
다음으로 해글리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해글리 공원(Hagley Park)은 면적이 182ha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공원. 크라이스트 처치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인 이곳에는 각종 스포츠장, 산책로가 갖춰져 있다. 이른 아침, 상의로는 긴팔 후드티를 입고 하의로는 짧은 반바지나 수영복을 입은 다소 기이한(?) 복장을 하고 조깅을 즐기며 아침을 여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화같은 풍경 애븐강·모나베일
지금까지 언급한 곳들이 크라이스트 처치의 도시적인 매력들이라면, 리카턴 애비뉴(Riccarton Ave.)를 경계로 한 북 해글리 공원에는 관광엽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목가적인 아름다움이 일품인 애본강(Avon River)과 모나 배일(Mona Vale)이 있다. 애본강의 백미는 봄과 여름에는 각종 꽃과 버들나무가 드리워지는 가운데 유유히 즐기는 뱃놀이다. 여행객들이 던져 주는 식빵 쪼가리를 하나라도 더 먹고자 마치 보이지 않은 줄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줄줄이 따라 오는 오리 떼도 잔재미다.
아이리스, 아젤리아, 장미, 백합 등 각종 꽃이 푸른 잔디와 조화되는 이곳을 거닐다 보면 행복이란 꼭 크고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에 푹 빠지게 된다.

크라이스트 처치 백미 ‘트램카’
마지막으로 크라이스트 처치 여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고풍스런 색깔을 곱게 차려 입고 여행객들에게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의 필수 관광지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트램카(Tram Car)가 그것. 원래 트램카는 말이 끄는 트램과 증기 트램의 형태였고 크라이스트 처치 시에서 생활하는 것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1905년에 소개된 전기 트램은 1950년경까지 운행되다가 이후 1954년에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 역사적, 사회적 공헌도 때문에 1995년 2월에 더욱 화려한 모습을 가지고 관광용으로 다시 복원된다. ‘트램웨이(Tram Way)’총 2.5km의 길이를 25분 동안 감상하는 코스로, 최대 3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캐세드럴 스퀘어, 아트 센터, 캔터베리 박물관, 애본강, 빅토리아 스퀘어 등 필수 관광지를 두루 돌아 크라이스트 처치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더욱 편리하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고급스런 식사를 즐기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트램 레스토랑도 이용해 볼 만하다.
취재 협조 : 뉴질랜드 관광청
서울 사무소 02-3445-9283/4.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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