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7시 경희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이 대학 관광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가졌다. `21세기 관광산업을 통한 세계화 전략'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였지만 그래도 한 나라 문화관광의 수장이 하는 강연이기에 70명이 넘는 학생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메우고 강의를 기다렸다.
 하지만 정확히 강연 시작 20분만에 한 학생이 강의실을 빠져나갔고 곧이어 두 명의 학생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조용히 사라졌다. 30분을 넘어서자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 사이에선 “뭐야”하는 웅성거림과 “뭐하러 온 거야”하는 수근거림이 들려왔고 40분이 지나자 옆자리에 앉은 학생은 낙서를 시작했다.
 교수도 아니고 장관이 강연을 하는데 학부생도 아니고 대학원생이 중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잡담을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흔한 일이 아님에도 이같은 해프닝이 발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박장관의 강연이 그 날 주제와 너무나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무위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연 박장관은 “때로는 주(主)가 아닌 종(從)이 중요할 수도 있다”며 강의시간의 2/3를 주제와 관련없는 국정홍보로 일관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시절부터 시작해 DJ의 리더십과 JP의 협력정신이 낳은 성과를 설명하던 박장관은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DJ 정권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활의 정권”이라며 “측근의 자격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학생들의 지지를 호소한다”고도 했다.
 박장관이 주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며 선택한 강연 내용은 그러나 학생들에게 20분도 못돼 외면을 받았다. 유세장이나 예비군 훈련의 정신교육시간에서나 들을 법한 강의가 끝난 후 경희대 대학원생들은 문화관광부에 다시 실무진과의 자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강의실에서 문화관광부장관이 아닌 정부 대변인의 호소를 들은 것이 기자 혼자만은 아닌 듯하다.
gab@traveltimes.co.kr"""">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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