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렬 사장께서는 취임 100일째 되던 날, 관광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참담한 심정으로 국회의원들 앞에 섰으리라 봅니다. 전직 사장까지 포함된 일부 전^현직 간부들이 뇌물을 수수한 파렴치범으로 구속되어 그들을 대신하여 재판장에 출두한 것처럼 보이는 이사장의 모습은 여간 측은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감석에 함께 자리한 간부들까지도 죄인 같았습니다. 면세점에 연루된 사업부서의 비리는 예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체 면직처리로 끝났고 이번처럼 큰 사건은 곪았던 것이 터진 것입니다.

사건이 사건인만큼 관광공사 내부의 구조적이고 고질화된 비리의 관행이라고 지탄받아도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그날 국감에서도 `오늘 여기 나온 현 간부 중에도 조달부서 근무시 뇌물을 수수받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관광공사의 고질적인 부패사슬의 관행을 말한 것입니다.

이득렬 사장. 그러나 이날 국정감사는 검찰수사로 드러난 수뢰사건을 도마위에 올렸지만 의원들 대다수가 이번 일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보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첫 질의에 나선 의원은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모처럼만에 맞는 관광수지 흑자를 위해 일하는,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까지 말하고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사장의 곤혹스런 심경도 헤아려 주었습니다.

또 한 의원이 “관광공사 국정감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빗대 말한 것도 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을 하지 못할 경우 자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사장께 심기일전을 촉구한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이날 머리 숙여 사죄했고, 철저한 제도개선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여건을 구축하면 관광공사내의 비리는 발붙일 수 없을 것입니다.

뜻하지 않던 이번 사건으로 이득렬 사장께서는 짧은 기간에 관광공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악했고 개인적으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사장께서 그 자리를 1년만 넘겼다고 했을 때, 그 먹이사슬을 관행으로만 받아들인다는 보장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십수년 동안 면세점사업부서는 사장의 비자금을 대는 `파이프 라인'이라고 필자도 간간히 얻어들은 적이 있어서 입니다. 이득렬 사장.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관광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새천년을 목전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 성패는 이사장의 활동영역에 달렸다고 말해 드립니다. 2000년대의 한국관광공사를 새 판으로 짜십시오. 그리고 부디 임기를 채우는 사장이 되십시오. 시간이 생기면 역대 사장들의 재임기간을 한번쯤 들여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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