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업계 감원 열풍이 거세다. 어제만해도 굳건히 카운터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미스 리가 오늘은 그 자리에 없는데 황당하지가 않다. 다만 가슴 한 구석이 싸늘해질 뿐이다.
 전체 인원의 70%를 대폭 삭감한 모여행사. 남아있는 직원들은 요즘 폭주하는 업무량에 치여 숨쉴 틈도 없다. 여행 상담에 수배, 카운터 업무까지 도맡아해야 하고 주말에는 샌딩에 당직, 행사지원까지 해야 한다.
 인원 삭감을 하지 않은 여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가만히 앉아서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저조한 영업실적을 사회 분위기 탓으로 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느낀 박모씨는 우선 급한 마음에 밖으로 나섰다.
 항공권 한장이라도 더 팔겠다는 일념으로 시청역을 지나는 외국인의 팔을 부여잡고 『티켓세일』을 외치지만 『나 집에 안가요. 나 한국이 좋아요』라며 발뺌하는 외국인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쉽지가 않다.
 슈퍼맨의 비애랄까. 살아남은 자는 모두 슈퍼맨이 돼야 할 현실때문에 하루종일 열심히 발품을 팔았건만 어제는 「잔류직원 두달간 순환 무급휴가」 통보를 받았다. 얼마되지도 않는 기본급이 20% 삭감된 것은 벌써 몇달 전의 일이다.
 「이대로 몇달을 버티다가 정리대상이 되느니 차라리 지금 사직서를 내는 것이 퇴직금을 덜 깎아먹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고민을 안고 있자니 요즘엔 일이 더욱 힘에 부친다.
 하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몇푼 안되는 퇴직금만 바라보고 2-3개월을 버틸 자신이 선뜻 서질 않아 생각을 몇번이고 뒤집다가 새벽 어스름에 잠이 들곤 하는 박모씨.
 얼마전 명예퇴직한 한국관광공사 모처장의 퇴직금이 5억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기분이 어떨른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건만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처진 어깨에 활력을 불어넣을 소식은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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