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손에 들고 있던 김사장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더군요』
 외국에서 활동중인 랜드사의 상황은 서울보다 훨씬 비참하다. 더군다나 이국땅에서 겪는 설움은 더 아플 수 밖에 없다.
 호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던 S랜드사 사장의 현주소는 파트타임 청소부다. 조금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은 당장 현금화를 시킬 수 있는 자동차를 팔아 버렸다. 시드니의 중고차 시장에서는 한국인이 차를 팔려고 하면 가격을 헐값으로 부른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다급한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부동산도 시간문제다. 하와이에서 잘나가던 랜드사 직원들이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여행업에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일수록 한국인의 어깨엔 힘이 빠져있다.
 국내사정이 조금만 안좋아도 현지에 큰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1월에만 내국인 출국자수가 전년동기대비 무려 90% 가까이 줄어 들었으니 그 파장은 가히 천재(天災)에 비길만 하다.
 뚜렷한 돌파구도 있을 수 없다. 수많은 랜드사 소장들이 기자에게 여행업계의 전망을 묻지만 시원한 대답 역시 불가능하다. 그저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상황이 호전될때까지 악착같이 견디든지 아니면 아예 모든것을 정리하고 심신을 충전시키다가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복귀하라는 정도의 상식적인 얘기밖에 해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IMF 한파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어두운 면밖에 없을까. 일부 랜드사들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여행업계가 정리되고 저가·과당경쟁등 고질적인 악순환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남아를 취급하는 L씨는 『어려움속에서 계속 영업을 한다고 나중에 누가 알아줄지는 의문이다. 만약에 시간이 지나 경기가 좋아졌을때 또다시 부실업자들이 돌아오고 여행사에서도 저가상품만 쫓아다니는 상황이 재연된다면 그때는 정말 미련없이 여행업을 떠날것』이라고 토로한다.
 거리에 나서면 봄바람이 느껴진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겨울은 아직도 춥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돌아왔을때 예전과 다름없다면 이 겨울의 추위는 너무나 억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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