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는데….’
지난 23일 저녁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 장내에 빼곡하게 놓인 수십 개의 원형 테이블마다 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다름 아닌 아시아나항공이 주최한 ‘여행·관광업계 사은의 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이날 행사는 말 그대로 아시아나항공이 한 해 동안 아시아나에 도움을 준 업계 관계자들을 ‘모시고’ 그 후의에 감사하는 자리. 인기 MC 김승현씨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별 무리없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축사의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 온 사람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기자는 쓴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날 축사를 한 초청 연사는 박양우 문화관광부 관광국장과 손숙 전 환경부 장관. 그리고 정운식 한국일반여행업회 회장이 건배 제의를 했다. 먼저 박양우 국장이 “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자리인데 아시아나 박삼구 사장님이 대신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포문을 연 박삼구 사장 개인에 대한 ‘감사 발언’은 손숙씨의 축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손숙씨는 “개인적으로 박삼구 사장님의 열렬한 팬”이라며 “남 모르게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정말 멋진 분”이라고 열을 올렸다. 손씨는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에 아시아나항공만 있는 걸로 안다”는 어색한 유머까지 던졌다. 정 회장 역시 “박삼구 사장님은 정말 멋쟁이”라며 한몫 거들었다.
행사 주최측에 대한 초청 축사자들의 감사의 표현 그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행사의 성격을 잘 못 파악하지 않았나 싶어 아쉬울 따름이다. 박 국장이나 손씨가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박 사장 개인을 추켜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사실이다. 특히 손씨는 개인 친분 자격으로 와서인지 지나친 호들갑을 떨었다는 게 그 자리에 모인 몇몇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의 찬양 아닌 찬양 발언으로 5년만에 개최했다는 아시아나의 사은의 밤 행사는 왠지 빛이 바랜 느낌이었다. 이날 행사가 협력 업체에 대한 ‘사은의 밤’ 행사지 아시아나 직원을 위한 ‘송년의 밤’ 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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