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유럽의 전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 현지 랜드사의 한국담당 직원을 만났다. 워크숍 참가 차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한국의 여행사 직원들과의 식사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동유럽 지역에는 현재 한국어 가이드가 부족하다. 한국 젊은이들이 경기가 안 좋아 취직을 못하고 있다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 지역 가이드를 추천해 달라. 한 두 해의 경험으로는 손해될 것이 없고, 적지 않은 돈도 모을 수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유럽 지역에서는 소수의 한국인 가이드가 독점적으로 팀을 받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들이 그들의 불합리한 요구앞에 무기력한 형편 웬만하면 매일 팀을 받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동석한 여행사 관계자들은 자격증이라든가, 해외취업문제, 전문적인 지식의 부재 등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는 현지에서 아무 제재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장담까지 했다.
가이드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말이다. ‘지상비 내리기’와 ‘팀 따가기’에만 급급한 랜드사와 ‘경비 절감’을 위해 스루 가이드(Through Guide) 고용으로 선회하는 여행사들은 현지 가이드들의 처우 개선이나 고용환경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최근 태국에서는 가이드로 알려진 한국인의 죽음이 있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그의 죽음과 관련해 마약 등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뒷받침이나 사회적인 인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한탕주의 식의 가이드 취업이나 쉽게 벌고 쉽게 쓰는 환락의 유혹으로 빠져드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처음이 아닌 이런 불행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업계의 불행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