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이 종교 이상으로 열광하는 스포츠다. 유독 미국인들만이 좋아하는 이 경기는 4번 공격에 10 야드를 전진해야 하는 기본 룰이 있다. 그 네 번 공격을 위해 경기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의 끊김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 10야드 정복에 성공하지 못하면 공은 상대팀에게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이 ‘가다 서다’가 익숙하지 않은 시장에게 미식축구는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축구의 경우, 한번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전반과 후반 사이의 한번 ‘서다’를 제외하면 90분간 공은 계속 구른다. 그 공이 경기장 밖을 나가지 않거나, 반칙이 있거나,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 경기는 계속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야구의 경우 역시 ‘초와 말’이라는 공격과 방어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면서 경기의 끊김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그 대신 선수 개개인들은 우열에 관계없이 한번 씩 공평하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투수와 타자가 승부를 걸게 된다. 또한 각 팀의 투수가 승패에 의해 비교된다. 9명씩 다수 인원으로 구성된 두 팀이 맞붙으면서 1:1 맞대결이라는 특이한 구도를 갖는 게 야구가 갖는 묘미중의 하나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기 도중에 경기를 멈춰 세우는 ‘흐름의 불연속’이 있다는 점. 이 다양한 경우의 수로 인해 다양한 통계가 나올 수 있다는 점. 그 불연속 상에서, 경기에 참여하는 한 개인의 잘 함과 못 함이 숫자로 쉽게 잡힐 수 있다는 점이 그 것이다.
미식축구에서 10야드 이상 계속 전진하는 데 공헌을 하거나 상대팀의 공격을 끊어 자신의 팀에게 공격권을 가져오는 선수들이 있다. 그 현란한 공격과 수비 후에는 경기 룰 상 반드시 경기가 끊기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스타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쉬워진다. 경기 방식 자체가 통계를 양산하기 쉬운 경우다. 동시에 스타를 식별해 내기에도 쉬운 시스템이다.
미국 스포츠 스타들은 결국 남이 깰 수 없는 기록을 갖는 자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뿐만 아니라 골프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기록은 결국 통계에서 나온다. 선수들의 몸값이 그들에게 따라 다니는 통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당연한 경우다.
면접할 때 한국인들은 고향이 어디냐, 일본 사람들은 어느 학교를 나왔냐, 영국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냐고 묻는데, 미국의 경우는 과거에 어떤 일을 했고 연봉을 얼마나 받았냐고 묻는단다. 미국은 국가 전체적으로 수치로 나타나는 과거의 기록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통계적으로 잡아내는 계량적인 마케팅도 미국에서 단연 앞서가는 경우였다. 그런 통계 대국이 세계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자국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 집계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니 망신살 중에도 큰 망신살이 아닐 수 없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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