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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1월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찬기운과 함께 겨울이 피부로 느껴지지만 이제 서서히 ‘한해를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사이에는 사람들을 만나도 이것이 올해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층 애틋해진다.
요사이 각 국 관광청과 항공사, 호텔들도 설명회를 겸한 보은행사를 개최하느라 여념이 없다. 비슷비슷한 행사가 한주에도 두 세번씩 이어진다.
이젠 초청장을 받고 그 제목만 읽으면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겠구나 하는 것이 머리에 그려진다. 주최측의 인사말과 내빈소개, 영상 혹은 슬라이드 상영, 그리고 식사와 행운권 추첨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행사진행은 ‘다 똑같은’ 패키지 상품만큼이나 식상하다.
물론 한해를 돌아보면 한강의 선상세미나라든가 등반대회, 미디어친선볼링대회 등 색다른 행사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워크숍, 세미나 등이 비효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행사장에서 비디오가 상영되는 동안 참석자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따분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해진 시간에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주최측과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참석자들 사이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아쉽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행사들이 주최측이나 참석자 모두에게 결실없이 예산이나 시간 낭비로 기억되어 버린다. 대부분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경품추첨을 실시하지만 젯밥은 젯밥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을 뿐이다. 사은행사를 사은행사답게, 교육은 교육답게, 그리고 파티는 파티답게. 그런 명확한 색깔 찾기는 불가능한가? 여행업계에는 연말이면 남은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실속없는 행사를 마구 벌리는 정부 부서들처럼 낭비해도 좋은 돈은 없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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