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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에 밀려나기 전 국내 에너지 자원 중 첫 번째 손가락에 꼽혔던 석탄의 주산시 강원도 고한읍 탄광마을이 산간종합위락단지로의 변신을 위한 차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달 28일 ‘강원랜드 카지노’가 2002년 골프장, 테마파크 등을 갖춘 메인 카지노 개장에 앞서 2백여개 규모의 호텔이 딸린 ‘스몰 카지노’를 개장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내의 다른 카지노와 달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 카지노를 개장하자마자 전국에서 5천여명의 고객이 몰려들어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슬롯머신 180대와 바카라, 다이사이, 룰렛, 빅활 등을 즐길 수 있는 1500여평 규모의 카지노 플로어는 찾아온 손님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손님대박’에 즐거운 비명이 정선일대를 뒤덮고 있다니 피폐한 지역경제 회생의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올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고 하겠다.
‘스몰 카지노’가 개장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새까만 탄가루만 날리던 ‘폐허의 땅’, 바로 그것이었다. 이곳에 사는 어린이들이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을 보면 강물이 푸르지 않고 새까만 먹물을 뿌린 것처럼 칠을 하고 있는 사실을 보더라도 지역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버려진 땅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강원랜드측은 개장과 함께 예상을 초월한 인원이 몰릴점을 감안할 때 적게 잡아도 하루 2천명씩 연간 7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한해 1천억원의 매출은 손쉬울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 놓기도 했다. 이럴 경우 재산세 등 지방세로 40여억원의 세수가 보장되고 주민고용규모 또한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카지노 개장이 곧 황금의 땅, ‘엘도라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첫 걸음마를 한 카지노 개장이 넘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찮게 안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가 개장된 지 열손가락을 꼽을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전국 각지의 조직폭력배가 대거 몰려들어 ‘카지노 치안’에 비상이 걸린 것이 그 중의 하나. 이에따라 강원경찰청은 지역상권을 거머쥐기 위해 ‘행동’에 들어간 경기, 경남, 충남 등 12개 지역 ‘주먹’들에 대한 동태 파악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금이 많이 몰리는 곳에 조폭들이 들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비공식 정보에 의하면 카지노에 눈독을 들이는 조직 폭력배는 전국적으로 20개 조직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서울, 광주, 울산, 대전, 안양 등 6~7개파는 이미 현지답사를 끝냈으며 앞으로 10여개 조직이 더 다녀갈 것이라는 정보도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들 조폭이 카지노 지역에서 활개칠 경우 모처럼 조성된 지역경제 회생 기대에 찬물을 끼엊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조폭의 행동반경이 무한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출범한 카지노 사업이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건전한 여가선용 기회확대와 폐광지역을 살릴 히든카드로 등장한 카지노 지역이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런 문제가 대두된 것 자체는 초기에 잘못된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바로 이런 환경을 적절히 활용. 나빠질 수 있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폭력배는 그 뿌리가 깊다. 우유부단한 대책으로 이들을 발본색원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경찰은 ‘조폭’의 계보를 정확히 파악, 이들이 발붙일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한편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비호세력 추방에도 전력, 관광객이 이 지역에 마음놓고 출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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