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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심기가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 아무리 전통적인 비수기라 해도 패키지 시장을 필두로 한 한파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맘때쯤이면 지방 인센티브 수요라도 간간이 발생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고 푸념이다. 백두산 항로를 개척했던 동춘항의 부도가 남 얘기 같지 않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기자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요즘 어떻대요? 다들 힘들다죠?”라고 묻기 일쑤다.
여행사 관계자들의 힘을 빼는 일은 또 있다. 바로 항공사의 안하무인 태도다. 사실 여행업계의 역학관계에서 항공사들의 보이지 않는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반자적 관계라기보다는 꼭 무슨 주종의 관계같다. 그런데 지난해 유나이티드항공의 항공권 판매 수수료율 인하 여파를 겪으면서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잇따라 수수료율 인하를 발표, 가뜩이나 여행사들의 수입원이 줄어든 마당에 시도 때도 없이 임의대로 고무줄 항공요금을 선보여 여행사가 상품가 책정과 판매에 애를 먹는 건 그나마 봐줄 만하다. 최근에는 여행사를 배제한 채 랜드와 ‘작업’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형적인 연합상품 운영으로 시장질서 문란을 조장하는가 하면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여행사에게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이제 항공사가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여행사는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물론 여행사 잘못도 있다. 지난해 유나이티드 사건 때 여행사들이 보여준 ‘단결력 제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아무리 항공좌석이라는 큰 무기를 갖고 있다해도, 또 인터넷 직판량이 커지고 있다해도 아직까지 여행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더 늦기 전에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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