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파리에 들렀을 때 개선문 바로 옆에 맥도널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었다. 음식문화의 강대국인 프랑스. 그 나라 수도의 심장부, 그것도 상징성이 강한 개선문이 있는 곳. 그 샹제리제 거리에 대형 맥도널드가 들어서 있다니. 하나의 브랜드가 국경을 넘어서 문화와 사고가 다른 세계를 정복하는 또 다른 상징처럼 보였다.
프랑스의 그 어느 누구도 맥도널드가 프랑스에 상륙했을 때 샹제리제 거리와 어울릴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한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대변되는 인스턴트적인 음식. 어떻게 보면 약식으로 빨리 배만 채우는 엉터리 식사(Junk Food). 그것이 바로 맥도널드라는 브랜드의 실체다. 그러니 품위와 격식 속에서 미묘한 요리의 맛을 예술적인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프랑스인들과 맥도널드가 상극처럼 보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10년 전에 20개에 지나지 않던 맥도널드는 현재 프랑스 전국적으로 500여개로 확산되었다. 5년 내로 그 수는 1천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랑스 어린이의 80%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으로 맥도널드를 꼽는다고 한다. 개선문 옆에 둥지를 틀 때에 이미 맥도널드는 승리의 깃발을 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승리의 깃발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맥도널드는 파는 ‘물건’을 강조하기보다는 사는 사람의 ‘경험’을 강조했다. 그 경험은 당시 프랑스의 사회상을 파고드는 것이기도 했다. 성인위주의 세련된 테이블 매너와 품격, 음식을 존중하는 레스토랑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나 성인용 레스토랑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별도로 준비해놓지 않고 있었다. 가족 전체가 부담 없이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없었던 것이다.
마침 8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부모의 권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식과 부모사이의 균형이 깨지던 시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애를 실현하는 경험적 장소로서 맥도널드를 부각시켰고 이는 적중했다.
또한 기존의 관습을 깨는 색다른 식당으로서의 이미지 포지셔닝도 했다. 당시 프랑스에 방영되었던 맥도널드 광고는 여실히 그 브랜드의 비전을 보여준다. 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읽어도, 식탁 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식사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곳. 아빠가 아들 모르게 아들의 감자튀김을 훔쳐먹어도, 연인들이 식사도중 키스를 해도 자연스럽기만 한 곳. 이런 장면들이 펼쳐지는 곳으로 맥도널드를 자리매김 했고 그 전략은 먹혀든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팔리는 상품 중에 브랜드 가치 순위 2위에 올라있는 브랜드가 맥도널드다. 그 이름을 다 알고, 사고 싶어하고, 가치를 느끼며, 계속해서 사려고 하고, 값어치를 한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것. 브랜드 가치를 재는 기준들이다.
맥도널드 브랜드가 만들어진 지 40년. 세계 브랜드 가치 1위인 코카콜라와 비교할 때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이렇듯 단숨에 맥도널드가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시장에 맞게 접근하는 치밀한 마케팅 노력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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