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물은 탑승수속때 압수당하고 손가방 하나마저도 오버사이즈라고 항공사직원의 눈총을 받아 가며 한줄로 앞사람의 등만 보고 객실안으로 떼밀려 들어서니 「오버헤드 락카」에는 주먹하나 밀어 넣을 틈도 없다.
바깥쪽 승객의 곱지 않은 시선에 공연히 주눅이 들어 연신 허리굽혀 가운데 좌석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고 보니 다리 하나 마음놓고 뻗을 수 있는 것은 고사하고 바로 앞좌석에 덩치큰 서양인이 담장처럼 시야를 막아버린다.
좌석벨트로 허리를 묶고 나니 영낙없는 굴비신세.
급기야 앞좌석의 서양인이 좌석을 뒤로 제치니 등받이에 매달린 식탁이 아래로 쏠리면서 가까스로 첫 한모금을 겨누던 맥주잔이 옆사람의 바지위로 굴렀다. 깜짝 놀란 승객이 일어서다가 좌석 벨트에 걸려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제자리에 풀석 『아이쿠, 죄송, 미안, 이거…실례…』전방에 큰 덩치 때문에 앞벽의 영사막이 보이지도 않는데 승무원은 「이어폰」을 건네주고 이런 사정 알리 없는 캡틴은 『해브 어 나이스 트립』하며 인사 방송을 한다. 이때 『쌩큐』라고 대답해주고 싶은 속없는 사람이 몇 명쯤 될까.
기내에서 매너가 지상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기내에 들어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특히 여객이 많은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우선 좁은 좌석 공간에서 오는 속박감 때문일 것이다.
기실 2등 객실은 오히려 등급이 없던 프로펠라나 수상기 시절이 좋았다. 젯트 여객기가 등장한 이후로 1등이나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각종 호사로움과 넓직한 좌석공간에 침대같은 의자로 음식과 포도주를 골라서 먹인다.
2등석은 어떤가. 30년동안 바뀐 것은 고작 기내 음악프로그램 정도이다. 80년대의 「에어튜브」가 전자식 「이어폰」으로 바뀐 정도이고 가장 중요한 앞뒤 좌석간 거리는 평균 31인치(78.74cm)에서 아주 후한 경우라도 32인치를 넘지 않는 공간에 옆좌석과는 얇은 팔걸이 하나를 둘이서 나누어 써야 하는데 이나마 덩치 좋은 친구가 팔꿈치를 미리 올려 놓으면 팔걸이 신경전은 끝
이런 판국에 그래 2, 3년사이 대부분 항공사들이 전 구간에 금연조치를 취해 버렸다. 공항터미널에서부터 관세를 받아가며 마치 유치장 같은 곳에서 겨우 담배 한모금 훔쳐 빨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오니 아예 재떨이부터 봉해버렸다. 좋은 매너란 제대로 대접을 받을 때 나오는 것이지 이렇게 심리적으로 차별하고 멸시하고 천대하고 육체적으로 감금하고 묶어 두고 부자유스럽게 하는 데 거칠지 않은 매너를 기대할 수 있으랴. 모두가 좁은 공간탓이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려면 섰다 앉았다 할 때 뒷사람들 시야를 가려 영화보는 사람들 고개짓하게 하고, 좁은 복도에서 차례를 기다리려면 음식 카트나 면세품 카트를 밀고 다니는 승무원을 피해 이리 쫓기고 저리 피하고 겨우 차례가 되어 늘어선 화장실은 난장판. 이래 저래 나빠진 기분을 달래자니 자연 술소비가 늘어나고 과음으로 인한 불상사가 자주 발생한다.
동남아의 모항공사는 국제선에서 월평균 60건이 술주정 사건이 일어나는 데 술을 고공에서 마시면 낮은 기압 때문에 더 빨리 취하기 때문이란다. 이미 지상에서부터 전주가 있는 승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탑승수속 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승객은 탑승을 거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옛날에 배를 타고 대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이 항구에 닿으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술집. 곤드레가 되어 배에 돌아오면 갑판사관이 갑판에 분필로 흰줄을 그어 놓고 『흰줄을 따라 걸어라(Walk the chalk!)』라고 명령한다.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지 못하면 술이 깰 때까지 가두어 두었다.
승객의 기내매너와 에티켓은 객실의 공간과 서비스 수준에 비례한다고 한다. 술주정꾼을 가두어 둘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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