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소(牛)해에는 길운을 믿는다. 금년의 관광여행업도 대길이면 좋겠는데 한해를 전망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우선 여행 경기는 국내 경제와 직결된다. 개인 소득증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즉 가용소득(Disposable income)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여행 수요가 좌우된다. 엥겔계수가 높은 나라에서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금년에도 봉급생활자의 가용소득이 늘어날 것 같지 않고 금융실명제를 피해 안방으로 숨었던 돈(?)도 바닥이 났다면 개인관광여행은 당분간 휴면상태일 것이고 기업체들도 비용 줄이기에 정신이 없는데 인센티브 투어에만 후할 턱이 없을 것이다. 96년에 과열된 여행경기는 기실 소비경제가 뒷받침을 했다고들 한다. 받은 열기가 서서히 식고 외채가 늘어나면 비용부담자의 어깨는 더욱 처질 것이다.
두번째로 금년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처럼 사람을 들뜨게 만들 국제적인 이벤트가 없다. 동남아 붐, 중국 붐, 호주․뉴질랜드 붐, 캐나다 붐에 이어 붐을 계승할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이 조성되지 않았다. 대신에 사람들을 국내시장에 다 묶어두는 대통령선거가 12월에 있다. 지금은 관광여행도 유행(fad)처럼 상품의 생명곡선이 매우 짧다. 기존상품의 생명을 연장시켜서는 소비자에게 짜릿한 동기부여가 어렵다. 머리를 짜낸 기획상품으로 그다지 많지 않은 틈새시장을 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작고도 매운 단거리노선에 소규모 단체를 타켓으로 삼은 상품이 반짝경기를 보일 것이다.
세번째로 항공요금의 인상은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지난 6월 최저 갈론당 미화 52.93센트 하던 항공유가 12월에는 78.13센트로 물경 48% 올랐다. 유가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항공사가 요금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단위는 더욱 나빠져 커미션에는 더욱 인색할 것이며 실제판매가격은 시장수요에 따라 노선별로 천태만상일 것이다.
네번째의 변수는 원화의 對美貨 환율변동이다. 지금처럼 원화의 약세가 지속되거나 더욱 허약해지면 항공사들의 환차손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항공기 구입하느라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은 물론 해외에서 항공유, 기내식, 착륙료…. 어느 것 하나 달러로 지불되지 않는 것이 없다. 원화로 표시된 항공요금을 5%정도 더 올려 봐야 7백90원 하던 환율이 8백 30원으로 오르면 1불당 50전 오히려 밑지는 장사가 된다. 원화의 약세는 지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달러로는 96년과 변함없는 프라이스 택(Price tag)이 붙은 방값이나 밥값인데 원화로는 더 많은 액수를 지불해야 하며 원화로 값이 오른 밥상을 대하면 식욕대신에 괜한 울화만 치밀 것이다.
마지막 변수는 업계의 대응전략과 자세이다. 길운의 징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장소이동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본능을 잠재우지 말고 계속 불씨를 살려 다음해에 크게 자극하는 것이다. 약간은 애매한 말이지만 대응전략은 수직과 수평의 축을 가진다. 수직의 축은 전업계가 KATA를 중심으로 대오를 정렬하고 합심하여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장애요인을 척결하는 일에 나서는 것이다. 이런 일은 장사가 잘 안될 때가 가장 좋은 기회가 되고 또 구실을 제공한다. 수평으로는 개개업체가 4개의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경쟁의 날을 세우는 것이다. 그 하나는 상품을 새로이 디자인하고 그 둘은 가격정책을 재점검하고 그 셋은 유통구조를 개선시키고 전산화에 투자를 과감히 할 것이며 그 넷은 적은 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판촉실천방안(action plan)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