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500만 시대 개막과 인바운드 여행시장의 판도변화. 뉴 밀레니엄 첫 해인 2000년 인바운드 여행업계의 화두는 크게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굴뚝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속에 발전을 거듭해온 국내 관광산업은 특히 DJ정권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국가가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해 500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500만 외래객 돌파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규모를 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획득과 관광산업 규모의 확대로 인한 고용창출 등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바운드 여행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관광수지가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은 관광업계의 호주머니가 점차 얇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유치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나야 정상이지만 여행사간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덤핑상품 판매로 오히려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모 인바운드 여행사 사장은 “쇼핑센터, 관광식당 등 여행사를 제외한 모든 관광관련 업계가 늘어난 관광객 덕을 톡톡히 본 한 해였지만 정작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는 여행사들은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손해를 본 웃지 못할 한해였다”고 촌평했다.
지난 6월27일 중국 관광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인바운드 여행업계의 판도변화가 가시화됐다. 10억이 넘는 인구와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중국인들의 방한 러시를 점치게 했고 중국인 단체여행객 전담여행사에 중국인 관광객을 한번도 유치해보지 못한 아웃바운드 위주의 여행사까지도 한자리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등 여행업계에 한차례 강한 ‘황토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역시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치열한 경쟁에 휩싸여 ‘저질관광상품’이 판을 치게 되고 급기야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의 자율관리위원회가 지상비 하한선을 정해 스스로 정화에 나서보기도 하고, 정부는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등 시행초기의 질서가 좀처럼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일본 시장은 더욱 심하다. 97년 IMF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긴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을 이뤄 급기야는 대표적인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였던 서울동방관광(주)이 회사 수익구조개선을 위한 내부조율에 실패하고 문을 닫는 등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에 시달렸던 한해로 기록된다. 일본 인바운드 여행업계는 가격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인바운드 여행사의 연쇄부도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안개속을 걷고 있다.
반면 몇몇 인바운드 여행사는 한일대중문화교류촉진에 발맞춰 대형 콘서트를 국내에 유치, 대중가수의 팬을 관광객으로 유치하는 발빠른 체질개선을 이뤄 앞으로 국내 인바운드 여행업계가 나가야 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을 소리소문없이 미리 준비하는 여행사도 있어 현실에 안주하는 대부분의 인바운드 여행사들을 깨우치기도 했다.
구미주 시장은 국제회의 유치 호황으로 적잖은 덕을 봤다.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의 프리, 포스트 투어와 옵션 투어를 행사해 이윤을 남기고 아직은 ‘미지의 나라’인 한국을 알리는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호텔업계 결산 : 특급호텔 파업 대란
2000년도 호텔업계의 최대 이슈는 3개 특급 호텔의 연쇄 파업 사태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9일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스위스그랜드호텔, 서울힐튼호텔 노조가 연달아 파업을 감행, 인바운드 업계의 객실 대란은 물론 한국 관광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도 실추시켰다. 특히 롯데호텔에 대한 무리한 공권력 투입은 그 정당성을 두고 호텔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낳아 깊은 파장을 남겼다.
이들 3개 특급 호텔의 연쇄 파업 사태는 지난 10월7일 스위스그랜드호텔의 노사협상 타결을 마지막으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번 연쇄파업의 공통 쟁점사안이었던 봉사료 잉여금 지급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은 향후 다른 비파업 호텔에서도 노사간에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어서 이에 대한 노사 양측의 명확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올해 들어 다소나마 특급 호텔의 객실이 확충된 점은 여행업계의 호재라 할 수 있다. 먼저 객실 500실을 보유한 제주롯데호텔이 지난 4월25일 완전 개관함으로써 제주도 숙박난 해소에 한 몫 했으며, 9월1일에는 서울 반포동에 객실 수 497개의 JW메리어트호텔이 본격 영업에 들어가 서울 지역의 객실 공급 능력이 강화됐다.
이와 함께 내년 8월1일 삼성동 무역센터 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국내 최초의 장기체류 주거형 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도 서울 지역의 극심한 객실난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 숙박업소 체인 및 전산화 사업을 통한 객실 확충 움직임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이는 크게 중저가 호텔 체인사업과 월드컵 지정숙박시설 제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라호텔, 에이티 호텔매니지먼트, 호텔페이지닷컴, 백산엔터프라이즈 등 여러 업체가 중저가 호텔 체인사업 및 전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신라호텔은 지난 8월 초 공식적으로 체인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현재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월드컵 지정숙박시설 제도 또한 서울에서만 활발히 진행되고 있을 뿐 다른 지자체의 경우 진행 정도가 매우 미미해 월드컵 기간 동안의 충분한 숙박시설 공급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호텔업계에 정보화의 거센 열풍이 일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들어 제주크라운프라자호텔, 해운대그랜드호텔, 조선호텔 등을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 망 설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 객실에 슬림형 인터넷PC를 설치, 고객에게 호텔정보는 물론 관광과 일상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런 움직임은 모든 호텔로 퍼져나갔다. 이는 호텔 서비스 수준 제고라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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