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방문의 해가 밝은 지 며칠이 지났다.

이 행사는 올림픽이나 엑스포 등 다른 세계적 규모의 국제적인 축제와 달리 유치경쟁이 없이 우리가 외국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선정한 이벤트다.

따라서 이 행사의 취지는 청정산업의 대명사인 관광사업을 통해 외화획득은 물론 국위선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적극적인 차원의 관광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들과 경쟁하면서 세계 속에 ‘관광한국’을 심어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방문의 해와 같은 매력적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선보이면서 일-중 두 나라간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일본이나 중국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들을 국내에 보다 많이 유치하는 시너지 효과를 점쳐볼 수 있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지구촌 관광객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는 일이다.

지난해 말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종로의 보신각,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각지에서는 ‘한국방문의 해’ 팡파르가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2억8천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행사에서는 한국방문의 해 10대기획 이벤트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대형멀티비전과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으며 위성방송을 통해 세계각국에도 송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한국의 이미지 재고 면에서 보면 정말 뿌듯한 이야기다. 화려했던 행사자체가 우리 관광의 일보전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방문의 해에 대한 이런 대대적 홍보와 달리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느끼는 호감이 그렇게 탐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그들이 싫어하는 외국인으로 일본, 미국, 러시아인에 이어 한국인이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뿐이 아니다. 중국당국이 자국민들의 한국방문을 모두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14개국 중 가보고 싶은 나라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꼴찌에 올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인들은 별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만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어글리 코리안’의 작태가 연출한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태국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 뉴스는 최근 지난해 12월9일 가족들과 단체 관광 목적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태국인 18명중 9명이 입국을 거부당해 방콕으로 되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을 전한 신문은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국가를 여행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나라를 여행하지 말라고 알려야 할 것”이라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이 밀폐된 방에서 중죄인 취급을 받으며 10여시간 동안 지내다가 겨우 출국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인 이 기사 자체만 보면 좀 심했다는 생각이 앞을 가로 막는다.

그러나 김포공항 출입국 당국자의 설명을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을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처우를 한 것은 분명히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세계각국의 관광 잠재력과 거기에 걸린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어느 나라가 관광객 유치전에서 이긴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수세대 동안 지구촌의 관광현황을 바꿔 놓을 것이며 모든 국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게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점과 관련, 세계인들이 한국을 ‘찾고 싶은 나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독창적 아이디어의 창출이 급선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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