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대상 정보제공 역할

현재까지 한국에 직영사무소나 홍보대행사를 두고 있는 외국관광청은 30곳이 조금 넘는다. 98년 IMF를 거치면서 줄줄이 철수하기도 했지만 영국이나 호주 빅토리아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다시 돌아온 상태.

스위스, 라스베이거스처럼 관광청을 신설하여 후발주자지만 어느 곳 못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여러 관광청들의 역할이 충분히 이해되고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관광청의 미션은 상품을 판매하거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제공, 대중매체를 이용한 광고·홍보·이벤트, 그리고 관광업계를 지원하는 공동 프로모션 정도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활동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외국관광청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염두해야 할 사실은, 많건 적건 간에 일정 예산을 투자에 한국에 관광청을 개설했다는 사실은, 한국관광객들이 수적으로 혹은, 그 잠재력에 있어서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같은 맥락으로 각 국 관광청의 해외지점들을 태생적으로 그 위상이나, 역할에 있어서 해당 국가의 아웃바운드 시장의 부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장의 활성화나 성장속도, 잠재력에 따라 존속여부와 예산 규모가 정해지는 것은 순리.

◆ 일본은 부동의 아시아 최고 시장?

이런 상황적인 이유로 주한외국관광청들이 아시아 최대의 관광시장인 일본에 상대적으로 위축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만 관광청을 개설하고 한국시장까지 관할하거나 한국에 사무실을 두더라도 일본에 아시아지역 본부를 두고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스리랑카, 케냐, 모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영국, 멕시코, 페루 등의 국가는 아예 일본에만 관광청을 두고 있다.

명목상 일본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맡고 있거나 대사관에서 겸임을 하지만, 1년에 한국관광교류전(KOTFA)에 한번씩 참가하는 것을 빼면, 한국 시장에 대한 활동이나 지원은 미미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크 호스로 부상한 중국의 등장 또한 어깨를 처지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월1일을 기해 독일상공회의소에서 함께 해 오던 독일관광청이 철수하고 일본에서 한국 시장을 함께 관할하기로 한 변화는 이런 중국 시장의 급부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 새로 관광청을 오픈하기로 결정하면서 예산상의 부담으로 한국 사무실을 철수 한 것.

물론 독일처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런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한국 시장의 실무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엄연히 존재한다.

한 관광청 관계자는 “한 때는 회의석상에서 중국 대표자가 발언할 때는 다들 조용히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광청의 소장은 “유럽지역에서는 중국이라고 하면 거의 사족을 못쓰는 지경이다.

중국이 아직 시장규모에서 한국에 못 미치는데도 예산배정이라든가, 지점 개설 등의 측면에서 더욱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사실, 12억 인구의 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관광산업의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개방정책, 그리고 그 포문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관광시장까지, ‘일단 봇물만 터지면’이라는 기대가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호시탐탐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광청들의 서슬 퍼런 시선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폐쇄적인 중국의 특성상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거나 정책들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중국에 대한 이러한 장미빛 전망들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기대심리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특히 중국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유럽에 대해서는 더욱 이런 지적이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내에 관광청 직영 사무소를 개설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홍콩,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호주 정도. 그러나 최근에는 괌,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홍보 대행사 사무실 형태로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의 북경지사에서 작성한 ‘2000년도 중국관광시장 동향에 대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에서 해외 단체 여행객 개방 대상 국가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브루나이, 네팔,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및 홍콩, 마카오 의 13개국 2개 지역뿐이다.

다른 국가들은 순수관광목적의 출국이 불가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라는 명목으로 편법출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여행규제에 묶여있는데다가 실제로 중국시장에 진출을 하더라도 관광청들의 활동이 쉽지만은 않다.

최초로 주중외국관광청을 오픈 한 스위스의 경우도 아직 여행 자유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며, 중국의 경우는 마케팅 접근이 판이하다.

스위스 관광청의 김지인 소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소비자와 여행사를 상대한다면, 중국에서는 여행사뿐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중국담당인 한화준 과장도 현재상태로만 봐서는 중국의 시장성이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과장은 “호주나 뉴질랜드, 일본의 경우 외교적으로는 여행 자율화 대상국이지만, 행정적인 부분에서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호주의 경우 관광국과 불법이민을 우려하는 이민국 사이의 이견으로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이며, 일본에서도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법무부에서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의 출국 목적지를 살펴봐도 홍콩, 마카오 등지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출국하고 있으며, 순수 해외여행지로는 태국, 일본, 러시아, 한국, 미국 등으로 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관광청을 개설하고 꾸준히 활동을 해도 아직 경제적인 여건 등의 이유로 홍콩, 태국, 일본, 러시아, 한국, 싱가포르 등 인접 국가에 크게 치우칠 뿐이며,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경제수준을 갖춘 인구도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 중국, 일본은 엄연히 개별 마켓이며, 각 국 관광청에서는 자체 시장 분석에 따라 합리적인 예산분배와 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고조가 독일 관광청의 예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우질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

괌의 경우에는 지난해 북경 사무소 오픈에 이어 상하이에도 사무실을 오픈 할 계획을 밝혔지만, 올해 한국 사무소에 대한 예산도 추가로 배정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중국에 대한 기대치 상승이 전체 아시아 시장에 대한 부양효과로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찌감치 중국으로 진출한 한 관광청의 관계자는 “일부 국가들은 일본이든, 중국이든 다 아시아 국가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한·중·일 모두 비슷한 여행패턴을 보이고, 현재 상황이나 잠재력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갖고, 다른 것을 취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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