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가 설립키로 합의한 에어라인 포탈(가칭)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가운데 양 항공사 모두 “확실한 독립법인 회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양 항공사의 직원들 중 일부가 빠져나가겠지만 그 인원을 최소화 할 생각”이라며 “사장과 직원은 모두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빠르면 다음달쯤 정식계약을 체결하고 법인 설립을 위한 공동 위원회를 구성해 지분을 배정, 사업 모델 및 수익모델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분참여에 대해서는 확실히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를 합친 지분이 전체의 1/3가량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1/3이 못 미치는 수준에서 외국 항공사들의 지분참여나 제휴가 진행될 가능성도 보여 향후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들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의향서 서명식장에서 양 항공사 대표는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닌 국내 여행 시장의 보호와 확대에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에어라인 포탈 사이트가 항공권 판매 뿐 아니라 양 국적 항공사의 공동지분을 바탕으로 설립될 독립법인 ‘온라인 여행사’라는 점에서 여행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 항공사 연합 포털, 시대의 흐름?

항공사 연합포털 형태는 미국시장에서 결성된 오비츠(Orbitz)가 가장 처음이다. 당시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와 트래블로시티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항공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 자사의 항공권만 팔 수 있는 항공사에 비해 여러 항공사의 티켓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이 훨씬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

점차 대형 업체들이 항공을 컨트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내 5개 항공사들이 뭉쳐 연합포털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결성된 항공연합 포털 기업이 자국시장 뿐 아니라 거대자본을 앞세워 외국의 여행시장을 넘보기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의 항공연합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느 회사에나 똑같은 가격에 좌석을 주지만 그 기업이 우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감수하고 저가경쟁을 시도한다면 우리나라 중·소 여행사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향후 국적기의 항공권 컨트롤도 그 기업이 좌지우지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같은 영어권인 유럽 항공사들 역시 같은 이유로 ‘방어적 항공연합포털’을 서둘렀다. 에어프랑스,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등 11개사가 모여 오티피(OTP)를 구성한 것. 연이어 일본항공과 전일본항공이 결합된 JJV가 생겨나고, 일본을 제외한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10개사가 뭉쳐진 TEA가 결성됐다. 이들 역시 외국 시장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사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오비츠의 경우 유럽 및 아시아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동경에서 아시아지역 항공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 적이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온라인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닷컴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공동사업 제휴를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합포털은 일본의 JJV와 마찬가지로 국적기들끼리 뭉친 형태로 진행됐다.

◆ “명백한 영역침범 아니냐”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건 여행사들은 양 항공사가 항공권판매에 직접 나서는 것도 놀라운데, ‘온라인 여행사’로 여행업 신고를 하고 나서겠다는 데 강한 놀라움과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 시대에 여러단계의 유통과정이 생략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영역을 침범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모 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지금이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얘기하겠지만 결국엔 큰 메이저급 여행사만 살아남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서서히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국내 온라인여행사들의 입지도 불안하다.

인터파크의 경우 아직도 투자에 비하면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지만 순수익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웹투어 역시 국내호텔예약률 상승과 더불어 순이익을 보고 있는 추세다. 골드투어도 골드뱅크라는 대규모 자본과 지원이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일반여행업협회 (KATA)발표 해외송출실적 30위권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보였다.

한 온라인 업체는 “다른 형태로 구축한다고 말해도 어차피 그 시장이 그 시장이다. 결국 파이 나눠먹기 식이 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확실한 부킹시스템을 만들어 여행사에 탑재시키는 방법이라면 모를까 자기네들 밥상 차려서 설거지까지 다 한다는 건 너무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아무리 독립법인이라고 해도 항공좌석과 요금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발표가 나간 후 몇몇 업체에서는 긴급회의 움직임까지 보였다. 항공권 수수료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항공좌석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여행사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기존 업체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투어엑스프레스나 탑항공 등 항공권을 전문으로 판매해온 업체는 크던 적던 어느 정도의 충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그 출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모 중국 항공사는 “예전 한진의 경우처럼 양 항공사의 이름도 있고 하니까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고가위주의 상품판매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행업계 B2B사이트를 운영하는 관계자 역시 “아무리 독립법인이라고 해도 양 항공사의 성격상 공격적인 마케팅은 힘들지 않겠냐”며 “단순제휴 속에서 공동 항공권 판매 정도의 규모로 그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모 외항사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하다. “어차피 온라인으로는 단순구간 이외에 복잡한 노선에 대한 발매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선 위주의 항공권 판매에 주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유지시켜왔던 전체 기반을 모조리 경쟁 상대로 삼는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얘기했다.

◆ ‘파이 뺏기’아닌 ‘새로운 파이 만들기’

국적 항공사 관계자들 역시 “기존의 여행시장과 경쟁관계로 가는 건 말도 안된다”고 일축한다. 경쟁을 하는 부분은 분명 생기겠지만 극히 일부분이 될 거라는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FIT 고객이나 비즈니스 상용 정도만 겹칠 뿐 지금까지와 똑같이 패키지나 배낭여행 시장은 건재할 것”이라며 “사이버 여행시장에서 항공사의 진출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얘기했다.

기존 여행사들이 ‘에어라인 포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적항공사의 한 인터넷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항공사 중심의 연합체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 기존의 여행사들이 포털 사이트와 제휴를 하거나 여행관련 마켓플레이스에 입점 형태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 온라인환경 성숙될수록 여행사 피해 불가피

분명 어느 정도의 출혈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몇 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개별여행객들의 추세를 보더라도 일반 패키지 여행사들의 입지가 일정량 줄어들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온라인환경이 성숙될수록 그 차이는 더욱 심화될 듯하다.

인터넷을 통한 대한항공의 지난해 국내선 항공권 판매실적 성장률은 337%, 아시아나 항공은 326% 증가했다. 전체 국내선 항공권 판매 대비 온라인판매 실적 역시 대한항공이 1%에서 4%, 아시아나 항공이 1.64%에서 4.5%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운송실적인 만큼 예약한 후 취소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온라인을 통한 예약률은 앞으로도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이 서서히 온라인상의 항공권 예약 및 구매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탓이다. 이같은 추세는 양 항공사의 공신력과 기술력이 집약된 ‘에어라인 포탈’의 등장으로 한층 가시화 될 전망이다.

◆ 사장 종업원 공채로 모집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어떤 마케팅을 구현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양 항공사 모두 ‘확실한 독립법인’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양 항공사의 기존 멤버들 중 일부가 새로운 법인체로 빠져나갈 것은 확실하지만 공동 지분 참여로 별개의 독립된 회사로 운영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장과 종업원은 모두 공채로 채용될 예정이다.

지분참여율 역시 확실히 결정된 바는 없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사를 합친 지분이 전체의 1/3가량 될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높다. 나머지는 기관투자와 개미투자자들에게서 충당하고, 마지막으로 1/3이 못미치는 수준에서 외국 항공사들의 지분참여나 제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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